[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도 활발해졌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소액주주들의 투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위험부담이 큰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변동성 높은 ‘코로나19 테마주’ 투자를 비롯해 원유선물 투자와 같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 높은 테마주 투자는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향후 증시 흐름도 낙관적일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 코로나19 여파에 테마주 기승
코로나19 여파가 팬데믹 현상(세계적 유행)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테마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마스크, 손세정제 제작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다가 진단키트 업체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백신·치료제 관련 제약·바이오주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4월 간 마스크, 진단키트, 백신·치료제 등 코로나 관련 테마주 69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42.1%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 손세정제 관련 종목들이 주가가 급등했다가 이후 진단키트 관련주가 큰 오름세를 기록했다. 진단키트 수출로 수혜를 입은 씨젠은 1년 새 약 3~4배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씨젠의 현재 주가(4월 27일 종가기준)는 9만1600원으로 1년 전 주가(2만3600원) 대비 288.13% 상승했다. 이밖에 수젠텍, 파미셀의 주가도 약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제약·바이오주 일부 종목들의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책과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3개월 간 주가 수익률은 106.25%에 달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공식화했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21만2500원으로 3개월 전 주가(17만0,500원) 대비 24.63% 올랐다. 이밖에 기존 약물재창출을 통해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부광약품, 일양약품, 코미팜 등도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헬스케어 지수(KRX 300 헬스케어)는 2789.02p로 3개월 전 지수(2377.05p) 대비 17.33% 상승했다.
최근 시국과 맞물린 코로나19 관련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실적과 무관하게, 단순히 코로나 관련 테마 등에 편입됨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손실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현재 모니터링 중인 코로나 진단·백신 관련주 중 일부 종목이 호재성 공시로 주가가 오른 후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약바이오 테마주는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부정적인 이슈가 터질 경우 급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당시 줄기세포주도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조아제약의 경우 4000%의 주가 상승(저점 대비)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희대의 과학 사기극’으로 밝혀지면서 줄기세포주는 폭락하고 말았다
다만 코로나19 종식이 일상생활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주는 (테마주와 상관없이) 증시 반등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연구원은 “(증시) 폭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면 반등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해줄 치료제 내지는 백신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파생상품 리스크 확산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원유가격이 급등락 하자 ‘대박’을 노리는 고위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일부 원유 ETN(상장지수증권)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이달 10일부터 24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ETN·ETF)에 총 1조364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추후 반등할 것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매수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바람과는 달리최 근 WTI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자 가격이 마이너스로 급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선물 옵션이 만기일까지 다가오면 관련 선물을 팔아야 한다. 만약 매도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실물(원유)를 받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투자 손실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ETN의 기초지수 롤오버(월물 교체) 방식이 긴급 변경됐다. 원유 선물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N이 수혜를 받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없었던 것”이라며 “공급은 넘치는 반면 결국 원유를 매수할 수요가 없다보니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 사태로 폭락하는 유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5월부터 선진국의 경제 정상화 움직임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증시가 U자 혹은 V자 흐름으로 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일부이동제한 조치 완화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되고 경제활동의 점진적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최소 U자형으로 증시 반등 기대가이 커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진다면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도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코로나19 확산세가 회복하지 못하면 L자형 혹은 재침체를 의미하는 W자형의 증시 사이클 우려가 증폭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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