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유토피아’ 미산계곡과 살둔계곡에서 황금연휴를
-코로나19, 비대면 레저로 각광받는 오토캠핑
-달빛, 별빛 쏟아지는 나만의 캠핑장에서 오붓한 하룻밤
-사람도 댕댕이도 행복한 애견 전용 캠핑장도 인기
-연초록에 물든 계곡물 사이로 어름치, 열목어 유영
-내린천 곳곳은 돌배나무, 벚꽃, 산수유 등 봄꽃 남아있어
-오토캠핑 외에도 사이클링, 래프팅, 플라이낚시 등 레저천국
[쿠키뉴스] 인제‧홍천 곽경근 대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쩔 수 없이 집안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대탈출이 이어졌다.
석가탄신일(4월 30일)부터 어린이날까지 '4말 5초 황금연휴'. 샌드위치 데이인 4일만 잘 처리하면 6일간의 연휴다. 이 기간에 20만 명이 넘게 제주도를 찾는다고 한다.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관광지의 숙박시설은 98% 예약이 완료되었다. 정부 당국과 각 지자체는 방역에 비상이 걸렸지만 관광지마다 사람들로 가득하고 고속도로는 도시를 벗어나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모처럼 공항이나 놀이공원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코로나 100일을 지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몸에 익었지만 황금연휴에다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자연의 유혹을 어찌하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난리다. 코로나로부터도 안심되고 모처럼 여유롭게 쉬었다가 돌아올 ‘숨표와 쉼표’ 있는 안심 공간은 어디일까?
사람들과의 밀접 접촉이 적은 ‘비대면(untact)’ 여행, 안심 여행이 바로 오토캠핑이다.
코로나 광풍 속에서도 전국의 사설 캠핑장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둘 수 있고, 통풍이 원활한 야외에서 숙식하는 등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남과는 떨어지고 아이들과 반려견은 스트레스 풀고… 내린천 미산분교 캠핑장-
“덤보(웰시코기 종, 30개월)와 함께 2달여 만에 외출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도 힘들지만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반려견들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미산분교 캠핑장에서 만난 정나혜(경기 의왕)씨가 말한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고, 어두워지면 얼굴을 스치는 강바람과 함께 무심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시의 복잡했던 삶에 활력소가 되죠. 한해 2번 정도 해외여행을 다니고, 주말이면 국내여행을 다니지만 ‘덤보’와 동행할 수 없어서 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애견캠핑장에 오니 덤보도 맘껏 뛰놀고 우리도 모처럼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나들이가 망설여졌지만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캠핑을 통해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떨쳐버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산분교 캠핑장은 폐교된 강원도 인제군의 미산분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사계절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인제 내린천 지류인 계방천에 위치한 애견 전용 캠핑장이다. 16개의 데크 사이트와 마사토 사이트로 구성되어있는 캠핑장은 소형견과 대형견 등 애견의 종류와 상관없이 입장 가능한 캠핑장이다.
미산분교 캠프장을 운영하는 이원석(49)대표는 캠핑용품점을 15년 경영했던 노하우를 캠핌장 운영에 접목했다. 이 대표는 6년 전 미산분교 캠핑장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견동반이 가능한 캠프로 운영했다.
본인도 진도견을 기르는 애견캠퍼여서 캠퍼들의 애견동반을 관대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계곡에서 애견이 수영하는 것을 보고 일반캠퍼가 항의하고 큰 싸움이 났다. 그 후 “개를 싫어하면 오지마세요”라며 3년 전에 아예 애견전용캠프장으로 전환했다.
전국에 약 1,000개의 캠핑장이 있다면 애견동반캠핑장이 5% 이내이고 애견전용캠프장은 그만큼 부족하다. 이 대표는 아내와 함께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캠프장 시설확충과 보완에 봄날의 하루가 짧다. 완공된 ‘애견 드라이룸’을 세팅하고, ‘애견 샤워장’도 준비 중이다. 먼지 나는 흙 마당에 잔디와 산들꽃을 심고 애견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점검하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손보고… 봄볕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다.
“미산분교캠프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합니다. 인근의 마트는 매 주말이면 캠퍼들로 붐비고, 여름 성수기엔 마을 아주머니들이 채소와 산나물, 옥수수를 삶아서 팔기도 합니다. 지역과 상생하다보니 마을 주민도 캠퍼들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시간은 멈추고 정은 흐르고… 살둔마을 캠핑장-
미산분교에서 446번 지방도로 따라 10여분 달리면 홍천군 내면에 소재한 살둔마을 생둔분교를 만나게 된다. 생둔분교는 1948년 1월10일 개교한 이래 515명의 학생을 배출하였지만 농촌 인구의 감소에 따라 1993년 3월1일 폐교된 산골 초등학교이다. 캠핑족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불리는 특별한 캠프장으로 꼽힌다. 학교 벽면에 붙어 있는 60년대 ‘반공 방첩’ 구호가 이채롭고, 요즘은 보기 어려운 나무벽과 나무바닥이 아련한 향수를 더 한다.
마룻바닥 교실에서 오래된 풍금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제음이 나오지는 않지만 ‘고향의 봄’을 연주해 본다. 학교 앞 나란히 서 있는 미루나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강가 쪽 산벚꽃 나무가 바람결에 꽃잎이 날리는 모습은 여행의 추억거리를 더한다.
원시림에 둘러싸여 오지의 비경을 잘 간직한 살둔계곡은 내린천 상류와 계방천 하류가 만나는 곳으로 개인산(1,341m)과 문암산(1,146m) 사이를 20㎞에 걸쳐 흐른다. 맑고 깨끗한 계곡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어름치(천연기념물 259)와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계곡이 넓어 물놀이와 캠핑을 즐기기에 알맞다.
연초록빛으로 물든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그니 작은 물고기들이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진다.
서울에서 직장동료 가족과 함께 2박3일 캠핑 온 김종엽(38)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하고 이렇게 단체로 여행 온 것 고발 취재 오신 것 아니죠”라며 “저희도 쉬고 아이들도 오랜만에 밝은 표정으로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좋아요. 그래도 정부 지침 잘 지키며 캠핑을 즐기는 중”이라며 여유롭게 말했다.
바비큐로 맛난 저녁을 마친 아이들은 산벚나무 아래 아빠가 즉석에서 설치한 야외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애니메이션 영화 삼매경에 빠져들고 어른들은 모처럼 술 한 잔 건네며 못다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살둔의 밤은 깊어가고 달빛은 더욱 교교하다.
살둔계곡에서 만난 김인영(28‧가명) 씨는 “어젯밤 잠에서 깨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사이로 환한 달빛이 자신의 텐트를 비추고 반대쪽 하늘에서는 별들이 보석처럼 빛났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 가득 담아 놓았다”며 “매일같이 귓가에 못을 박았던 ‘코로나19’의 답답함을 잠시 잊고 싶어 떠난 캠핑은 따사로운 봄햇살 아래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해서 좋았고,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마음까지 맑아졌다. 함께한 친구와도 정이 더욱 깊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캠핑은 ‘코로나19’를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는 좋은 레저활동이다. 사이트와 사이트 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연의 바람과 계곡물, 하늘의 별과 달이 친구 삼다 보면 몸과 마음이 어느새 자연 치유된다.
-아직도 봄꽃 남아있는 내린천은 레저천국-
황금연휴, 전 국민이 몹쓸 코로나 감염병에 갇혀 ‘집콕’에서 벗어나 전국의 유명 명소에 그동안 못 간 ‘보복나들이’에 붐비고 액티비티 레저천국 내린천과 지류 곳곳에는 오토캠핑 외에도 계곡을 따라 플라이 낚시,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 사진작가들이 눈에 띄었다.
깊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기암괴석을 타고 넘으며 부서지는 포말,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신록과 어우러져 한 폭의 한국화를 그려내고 있다. 도시보다 낮은 기온 탓인지 계곡과 도로를 따라 철쭉, 홍매화, 산수유, 산벚꽃, 조팝나무, 돌배나무 등이 아직도 나들이객의 눈을 호사시킨다.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삶을 재충전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별꽃둥지, 강가나들이, 풀벌레소리, 머루와다래, 키다리아저씨... 등 예쁜 이름의 팬션과 캠핑장이 내린천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강가 솔밭은 다양한 몸매의 우리 소나무가 있어 운치 있고, 이따금 나타나는 모래와 몽돌이 섞여 있는 개활지는 전망이 좋아 멋지다. 깊은 골 맑은 물 모래둔덕에는 강태공이 여유롭게 낚싯대를 던지고 연초록 싱그런 천변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는 철인들의 다리근육에 힘이 넘친다.
정병웅 한국관광학회 회장은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여행·레저 문화도 바꾸고 있다”며 “단체 여행 상품들은 많이 위축됐지만, 개인과 가족 단위의 여가문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드론 촬영 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