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불과 3일 만에 홈런포가 리그를 수놓으면서 공인구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타자들이 반발계수 변화 2년 차를 맞아 공인구에 적응했다는 주장과, KBO가 반발계수를 은밀히 재조정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대립하고 있다.
11일 기준으로 팀 당 5~6 경기를 치른 프로야구는 리그 평균 타율 0.272, 장타율 0.436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홈런도 61개로 시즌 초반이지만 ‘타고투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와 상반된 리그 풍경이다. 타자들의 성적이 뛰어난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해지자 KBO는 지난 시즌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 범위를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그 결과 지난해 리그 홈런 개수는 1014개로 2018시즌(1756홈런)대비 약 42% 줄었다. 30홈런을 남긴 타자가 11명에 달했던 2018년과 달리 지난해는 박병호(33개)만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홈런이 급증했다.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하기 전인 2018년과 시즌 초반 홈런 페이스가 비슷하다. 홈런이 나오기 힘든 잠실구장에서도 쉴 새 없이 홈런이 터지고 있다. 11일까지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5경기에서 매일 홈런이 나왔다. 5일 개막전에서 김현수, 김재환이 시동을 건데 이어, 최주환(6일), 박건우(7일), 멜 로하스 주니어(8일)가 잇따라 잠실구장 담장을 넘겼다. 10일 두산-KT와의 잠실구장 경기에선 6개의 홈런이 연달아 터졌다.
일부 지표는 타고투저가 극에 달했던 2018시즌보다 앞선다. 2018시즌 초반 리그 평균자책점은 4.47이었는데, 2020시즌 리그 평균자책은 5.11을 넘어섰다. 2018시즌 타율과 장타율(0.267‧0.419)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다. 명백히 타고투저의 흐름이다.
KBO에 따르면 반발계수에는 문제가 없다. 공인구 1차 수시 검사 결화 모든 샘플이 합격 기준에 충족했다. 7일 KBO는 “경기사용구인 스카이라인스포츠 AAK-100의 샘플 3타(36개)를 무작위로 수거해 4일부터 7일까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스포츠용품시험소에 의뢰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든 샘플은 합격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KBO의 발표대로라면 타자들이 바뀐 공인구에 적응을 끝마쳤다고 볼 수 있다. 홈런 타자들의 비시즌간 히팅 포인트 조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로 개막이 늦춰지면서 타자들이 기존 공인구에 적응할 시간이 더 늘었다는 점도 홈런이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투수들의 투구 감각이 온전치 못한 부분은 덤이다. 특히 에이스급으로 분류되는 각 구단 외국인 투수들이 2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완벽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이 덕에 타자들이 힘을 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일부 팬들은 외야수들이 타구 지점 포착에 어려움을 겪는 점, 밀어 친 공이 쉽게 담장을 넘는 점 등을 지적하며 KBO가 인기 회복을 위해 암묵적으로 반발계수를 재조정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공이 이전보다 더 뻗어나가는 것 같다”며 박병호 등 일부 선수들이 언론을 통해 전한 생각도 팬들의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야구팬(27)은 “타자들이 아무리 공인구에 적응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잘 칠 수가 없다”며 “공인구가 의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의혹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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