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방송통신3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외 메신저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 개정안이 실제로는 국내 사업자들만을 옥죌 것이라는 비판이다.
방송통신3법이란 텔레그램발 n번방 사태가 재발되지 않게 하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넷플릭스가 국내기업과 달리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것을 바로잡는 ‘넷플릭스법(정보통신망법)’, 재난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센터 보호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을 일컫는다.
시민단체 오픈넷의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서울 서초동 오픈넷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통신 사업자들에게 이용자를 감시하라고 부추기는 조항"이라며 "국제 인권 기준에 어긋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이 법이 취지대로 n번방 방지법이라면 텔레그램까지 적용돼야 하는데, 사실상 국내 메신저만 사찰하는 '카카오톡 사찰법'이 나왔다"면서 "인간의 기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려 들면서 국가는 사업자 처벌만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등 대책·지원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n번방 방지법이 통과하면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방까지 전부 감시·관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오픈넷 측은 "입법 취지는 일반에 공개된 정보만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추후 검찰이 비공개 대화방까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는 잡지 못하므로 '메신저 망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박경신 교수는 "부가통신사업자 신고제가 있는 상황에서 재난관리 기본계획 제출까지 의무화되면 사실상 부가통신사업자 허가제가 된다"고 말했다.
민간 재산에 대해 정부가 관리 및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박 교수는 "입법 안이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며 "좋게 해석하면 부가통신사업자가 충분한 접속 용량을 확보하라는 의도겠지만, 다르게 보면 망이 혼잡한 비용을 부가통신사업자더러 책임지라고 하는 입법"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기업들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정부는 적극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일각의 비판과 달리 개정안은 일반에 공개된 게시판이나 대화방을 기본 대상으로 하는 법일 뿐, 개인 간 사적 대화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내 메신저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해외사업자에게도 법이 적용되도록 법제를 정비하겠다"며 "텔레그램에 대해서는 국내외 수사기관과 협조해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데이터센터 관련 개정안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대한 재난관리 조항이 추가된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데이터센터는 재난관리계획 수립 및 이행과 재난 발생 시 보고 의무만 적용되고, 재난관리 전담부서 운용이나 통신시설 등급분류, 설비 통합 운용 및 설비운용 정보 공유등 기타 규제는 제외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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