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보통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코로나19처럼 특별한 상황에서는 6~18개월이라고 답할 수 있어요. 아무도 이 사태를 몰랐던 1월부터 4개월이 지난 4월 말, 100개 이상의 백신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일부는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백신 개발 역사상 신종 병원균에 대한 백신이 이렇게 많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18일 ‘바이오코리아 2020(BIO KOREA 2020)’이 사상 최초 온라인 개막한 가운데, COVID-19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맡은 제롬 김(Jerome Kim)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 기간을 줄이고 장기 추적 조사를 강화하면 ‘6~18개월’만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기업의 손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문단체와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보통 백신 개발에는 5~10년, 5억~15억 달러가 든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시작해 3상 임상시험을 거쳐 미국 식약청(FDA) 승인단계를 거치는 동안 실패할 확률은 93%에 달한다”며 “제약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 백신의 가격이 어떤지, 그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맞는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코로나19처럼 상황이 시급할 땐 백신 개발에 6~18개월정도 걸린다고 한다”며 “안전성을 보는 1상과 면역원성을 보는 2상을 합친 1/2임상 단계를 도입하면 1~3상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신 피험자들이 추후 알 수 없는 효과를 겪지 않도록 백신 투여 후 3~4년정도 더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업의 손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문단체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번에 임상 단계에 진입한 코로나19 백신들도 2017년 출범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덕을 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 모더나(RNA백신), 미국 이노비오(DNA백신), 유럽 큐어백(RNA백신), 퀸즐랜드대학 등 전 세계 4개 기업 및 단체가 CEPI 자금을 지원받아 백신 임상을 추진하고 있고, 두 곳은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그는 “전염병 퇴치엔 돈이 많이 든다. 에볼라 유행 때 모든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집중했지만 9개월이 채 안 돼 유행이 잦아들고 백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효과가 나타난 백신은 한 개 뿐이었고, 나머지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결국 기업들은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그런 문제점 때문에 CEPI이 출범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CEPI는 짧은 기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금했다. 그 기금은 유행병 백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사실 CEPI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염병인 ‘전염병 X’라는 것에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전염병 X’와 패턴이 일치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4개월 만에 백신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안서가 나올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각국 규제 당국의 역할 및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에 있는 규제 당국은 백신 판매허가 전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조직들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백신의 임상시험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이드라인 구축에 있어 비슷한 플랫폼 이용 및 임상 전 데이터 등의 수집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DNA 백신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의 이노비오는 이전에 동물실험이나 코로나19 외의 메르스, 지카 등 다른 질병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노비오 백신의 안전성이 증명됐기 때문에 백신 시험 단계 중 하나인 ‘동물독성시험단계’를 면제받았다. 이렇게 되면 백신의 최초 구상부터 동물실험, 임상시험 과정까지 수개월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규제당국이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면 진행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5~10년 걸리는 일을 6~12개월로 단축시키더라도 생략하는 절차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효능이다. 5~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에는 ‘독립데이터 및 안전성 감시 위원회’가 개최되는데, 6~12개월 걸리는 백신 개발에도 이 절차는 의무적으로 밟아야 한다.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이 6~12개월 내에 이루어지면 안전성 데이터를 수집할 시간은 12개월밖에 없다. 효능을 보이는 백신이 있다면 12개월치 안전성 데이터만 가지고 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 당국 등은 안전성에 대해 계속 추적 연구를 해야 하고,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안전을 유지해야 한다. 어떠한 리스크에도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바이오코리아2020은 김 사무총장의 기조연설 외에도 ▲항체, 인공지능(AI), 화장품, 제약, 의료기기 등과 관련한 e컨퍼런스, ▲‘코로나19’ 스페셜을 주제로 한 인베스트페어 등이 진행됐다.
특히 인베스트페어에는 셀트리온, 솔젠트 등 코로나19 치료제 및 진단기기 개발에 앞장 선 기업들의 각 대표가 직접 IR 영상발표에 나섰다.
코로나19 항체치료 개발 현황과 전략 및 임상계획을 발표한 장 사장은 “2009년 신종플루 당시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며 “항체치료제는 예방 목적의 치료가 가능하고 고용량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유재형 솔젠트 대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글로벌 수출과 관련해 “사스, 메르스 사태 당시 진단키트 개발 경험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도 개발할 수 있었다. 현재 전세계 54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4월에는 매주 5000키트(60만명), 5월은 매주 1만키트(100만명)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는 코로나19 및 패혈증에 의한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DS)임상2a상 추진 계획을,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코로나19 관련 중증이상 폐렴 치료를 위한 ‘HzVSF’ 투여 환자 임상 결과와 성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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