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NC 다이노스의 좌완 투수 구창모(23)가 올 해 정말 일을 낼 모양새다.
구창모는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발 투수다. 3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1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 다승은 공동 2위다. 관계자들은 “구창모가 드디어 터졌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그는 kt 위즈전에선 8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2승째를 거뒀다. 20일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강타선을 맞아 8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 7탈삼진을 기록하는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더욱 인상적이다. 구창모는 올 시즌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22이닝을 소화하면서 안타는 단 8개만 내줬다. 피안타율이 1할1푼1리에 불과하다. 곳곳에서 홈런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피홈런은 0개다. 구위도 상당하다. 삼진 25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9이닝 당 삼진 개수는 10.23개로 3위다. 이닝 당 1개 꼴로 삼진을 잡아내는 셈이다.
2016년에 데뷔한 구창모는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지난해에는 10승 7패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평균자책점도 3.20으로 좋았다. 하지만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즌을 일찍 접었다. 플레이오프에도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상 경험이 도리어 약이 됐다.
이동욱 NC 감독은 구창모에 대해 “작년 10승을 넘기면서 자신감이 커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작년에 허리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못 뛰었는데 어떻게 갈 것인가 생각하며 건강해진 것 같다”고 구창모의 올 시즌 변화를 바라봤다.
‘건강하게 던지는 비결’을 구창모는 완급 조절에서 찾았다. 구창모는 데뷔 당시부터 빠른공을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지만 올 시즌은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하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고 있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구창모의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지난해 53.8%에서 올해 50.0%로 떨어졌다. 슬라이더의 비중도 25.1%에서 23.3%로 떨어졌다. 반면 스플리터(16.2%)와 커브(10.5%)는 비중이 올랐다. 이 감독은 “예전에는 강하게만 던지려고 했는데, 지금은 강약 조절을 체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구창모를 칭찬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125억을 들여 영입한 ‘대형 포수’ 양의지의 존재도 구창모에게 힘이 된다. 올 시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커브가 양의지의 조언을 듣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아직 시즌 초에 불과해 쉽사리 예단할 순 없지만, 전문가들은 부상만 없다면 구창모가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공이 굉장히 좋아졌더라. 구속과 구종 모두 정말 좋다”며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 야구를 이끈 에이스는 좌완 투수들이었다. 류현진에서 김광현, 양현종으로 이어지는 계보다. 이제는 구창모가 바통을 이어 받을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