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선별진료에 병원장‧행정직 열외 없다…몸살 앓는 의료기관

주말 선별진료에 병원장‧행정직 열외 없다…몸살 앓는 의료기관

코로나19 장기화에 의료기관 직원들 업무 및 심적 부담 늘어

기사승인 2020-06-13 06: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방역 최일선에 있는 의료기관 직원들의 피로도가 늘고 있다. 주말에도 기존 진료 업무 및 원내 선별진료소 운영이 이루어지면서 의료진은 물론 행정직, 연구직 직원들도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의료기관 특성 때문에 직원들은 심적 부담도 호소하고 있다.

12일 수도권 내 일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병원들은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기 전인 1월 말부터 원내 감염 관리를 강화해왔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구축한 집중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병원 출입구 안내데스크를 설치해 마스크 착용 권고, 열체크, 방명록 작성 등의 감염관리를 시행했으며, 의심환자 선별 및 유증상자 유입 방지를 위해 선별진료소를 운영했다.

주말에도 병원과 선별진료소가 운영되자 직원들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출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 초기에는 추위와 민원 문제로 고충이 컸다면 지금은 더위와 누적된 피로도, 감염 위험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업무 차 선별진료소에 갔을 때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을 입었는데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팔에 땀이 흐르더라”라면서 “발열체크 등을 하는 안내데스크는 병원 안에 있어서 그나마 시원한데 선별진료소는 그런 게 없어서 의료진이 위험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의료진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어 지금은 진료과에 상관없이 모든 병원 의료진이 돌아가면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고령인 교수들을 제외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이같이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 매출이 줄고 있어 인원 확충이나 별도 보상체계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간호사들은 임시직으로 뽑았고, 야간‧주말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에게는 기업이 후원한 간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공공의료기관은 병원장도 열외 없이 주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B병원 관계자는 “주말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가 있기 때문에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선별데스크(안내데스크) 업무를 보고 있다. 평등함을 위해 병원장도 나오도록 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니 연구직 직원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해야 전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든다. 요즘에는 마스크 착용 등 관련 민원이 줄고 내원객들도 감염수칙을 잘 지켜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C병원은 전 직원이 선별진료 업무에 투입되는 만큼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아이스조끼와 이동형 에어컨 등을 구비했다. C병원 관계자는 “토요일 오전까지 병원 진료가 있다 보니 행정직, 간호본부 직원들이 나와서 발열감시 등을 하고 있다. 행정처장, 수간호사 등 직급에 관계없이 나오고 있고, 이들은 안내데스크에, 의료진들은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날이 더워지면서 방호복 착용 후 땀이 많이 흐른다는 고충들이 있다. 이에 이동형 에어컨과 아이스조끼 등을 구비한 상황”이라며 “다만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말 수당 외 병원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직원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발열감시 등의 간단한 업무는 아예 외주업체에 맡기는 기관도 있다. D병원 관계자는 “체온 측정과 방명록 작성 관리 업무는 간단하다 보니 외주업체에 맡겼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모두 나왔지만 기존 업무에 더해 부담이 커져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부서장급 이상 직원 1~2명만 추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심적 부담도 호소했다. B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료기관이다보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내가 감염되고 나로 인해 환자들이 감염될까봐 더 불안했다”면서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때에도 공공병원은 재택근무 대상에서 제외돼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고 조심했다. 작은 모임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C병원 관계자는 “집에 아기가 있는데 얼마 전 갑자기 콧물이 흘러서 깜짝 놀랐다. 아이 엄마도 집에 있고 아기도 집에만 있으니 내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며 “내가 걸리면 가족, 환자에게 다 전파될 수 있다는 게 의료기관 종사자의 가장 큰 부담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D병원 관계자는 “역으로 주변 사람들이 나를 기피하는 일도 있었다. 병원이라 감염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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