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AI(인공지능)를 믿고 내 자산을 맡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투자가 9개월을 넘어섰다. 지난해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AI 추천을 받아 투자에 나선 후 사실상 9개월간 방치된 펀드의 수익률은 어떠한 결과를 내놓았을까.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도 큰 손실은 없었다. 하지만 수익이 창출되지도 않아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하나 제외한 신한‧국민‧우리 원금손실”
4대 은행 AI의 추천 포트폴리오를 받아 각 100만원 가량을 투자한 결과 9개월간 누적 수익률은 -1.6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반영하면 양호한 성적으로 평가된다. AI투자가 하락장에서 손실률을 최소화한다는 기존 금융권의 평가와 일치했다.
은행별로 보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하나은행의 AI 추천 포트폴리오가 수익 창출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의 누적 수익률은 1.04%를 기록했다. 6개 자산에 분산 투자된 하나은행의 포트폴리오는 ‘한화 JAPANREITS부동산투자1호(리츠-재간접형)A-E’을 제외하고 수익률이 0.35~11.34%에 달했다. 일본 리츠(REITS) 투자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원금에서 10% 넘게 손실이 발생했다. 다행히 리츠 투자의 경우 투자 비중이 10%인 10만원에 불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신한‧국민‧우리은행의 AI포트폴리오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수익률이 -3.18%로 손실이 가장 컸고, 뒤이어 국민은행 -3.08%, 신한은행 -1.28% 순서를 보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가장 투자비중이 높은 ‘키움글로벌하이일드명품셀렉션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e’의 수익률이 -4.94%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에 투자한 ‘맥쿼리차이나Bull1.5배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C-e’의 수익률이 -13.11%에 달해 4대 은행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벗어났지만 미중 갈등이 재발하면서 손실 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국민은행은 일부 채권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했지만 ‘KB 글로벌주식 솔류션 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UH) AE’와 ‘피델리티 이머징마켓 증권투자신탁 (채권-재간접형)-AE’ 등 해외 주식 투자 자산의 수익률이 모두 -5%를 넘어서며 손실이 발생했다. 신한은행도 유럽 주식에 투자한 ‘삼성유럽인덱스증권투자신탁H[주식]종류C-E’에서 -10%가 넘어가는 손실이 발생해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차라리 농협 애국펀드에 가입했다면...”
AI의 추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1.63%를 기록해 큰 손실은 없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필승코리아펀드’, 소위 ‘애국펀드’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천지차이다.
필승코리아펀드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상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가입해 화제를 모은 상품이다. 현재 1410억원이 운영중이며, 설정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도 누적 수익률이 24%에 달한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아,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우량한 국내기업 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대표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이 대표적인 투자 대상이며, 코로나 사태 이후 언택트 사회가 강조되면서 주요 투자 대상의 주가가 급등해 20%가 넘어가는 수익률 창출에 성공했다.
만약 지난해 AI펀드 투자 대신 필승코리아펀드에 가입했다면 현재 100만원 가량의 수익이 창출되는 셈이다. AI투자 보다 정부 정책에 부응한 투자에 나서지 않은 점이 후회되는 상황이다.
“해지냐 유지냐, 또는 리밸런싱이냐”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AI의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고민되는 부분은 펀드를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펀드는 장기간 가져가면 결국 수익을 창출한다’고 조언했지만 언제 수익이 창출될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수익 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몇몇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금 펀드를 정리하고 과감하게 직접투자에 나서라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투자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직접 투자에 나서기 두려운 부분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펀드 리밸런싱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펀드 리밸런싱이란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비중을 재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해외 채권, 국내 채권, 해외 주식, 국내 주식에 각각 25%씩 투자된 원금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다. 경기가 살아날 때 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경기가 하락할 때 채권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일단 AI투자의 결과가 어디까지 나오는지 다음에는 리밸런싱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은행은 물론 핀테크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우후죽순 처럼 출시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실제 투자에 나서려는 소비자가 있다면 여유자금을 가지고 소액부터 시작해 보기를 조언한다. 아직 거액을 투자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