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던 자산운용사가 실제로는 한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대거 매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펀드의 환매 중단 사유를 조사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자산 편입 내역의 위변조 의혹도 함께 조사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주 펀드 환매 중단사태를 맞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문제가 된 옵티머스크리에이터 펀드의 발행 초기부터 A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를 주요 자산으로 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4개가 순차적으로 설정된 이 사모펀드는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삼는다고 소개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만기 6개월로 연 3% 안팎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소개돼 은행 예금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안전지향적인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운용사는 이들 펀드의 명세서엔 '○○공사 매출채권' 등 운용 취지에 맞는 상품을 편입한 것처럼 채권명을 기입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A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과는 무관한 사채를 주요 자산으로 편입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설명서에 나온 운용전략인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와는 거래가 먼 상품이었던 셈이다.
옵티머스운용 측은 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양도 통지확인서를 작성한 법무법인이 위조 서류를 만든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자신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명세서와 다른 엉뚱한 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해 펀드에 담긴 채 일반 금융소비자에게까지 팔린 것은 이 상품이 전문사모펀드로 출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펀드 판매사들도 관련 서류를 꼼꼼히 대조했지만, 서류가 위변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전문사모펀드는 수탁회사나 사무수탁사가 편입 자산의 진위를 감시·견제할 의무가 없어 애초 금융사고 발생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앞서 대체투자 전문운용사인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17일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5·26호 펀드의 만기를 하루 앞두고 이 펀드의 만기 연장을 판매사에 요청했다. 이 두 펀드의 환매 중단 규모는 380억원대다.
관련 업계에선 유사한 상품 구조를 고려할 때 만기가 남은 후속 펀드들도 줄줄이 환매가 중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옵티머스운용을 상대로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사 현장조사는 통상 2주가량 소요되지만, 이번 사태는 그 이상 소요될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환매 중단 사유와 함께 자산 편입 내역의 위변조 여부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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