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암 치료 병행할 때 왔다…전이 없는 ‘착한 암’ 없어

코로나 방역-암 치료 병행할 때 왔다…전이 없는 ‘착한 암’ 없어

정유석 국립암센터 교수 “뉴노멀에 맞춘 암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필요”

기사승인 2020-06-25 04: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유행으로 촉발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춰 암 치료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암환자들의 치료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교적 ‘착한’ 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도 예외는 아니다. 정유석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갑상선암 센터장)은 오히려 조기치료를 통해 전이를 막는 것이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방역과 암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갑상선암이 비교적 ‘착한’ 암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른 종류의 암보다 생존율이 높고 진행도 느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의 10년 생존율은 98%로 매우 높다. 진단 당시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있으면 5년 무병생존율이 56%정도로 다른 암과 비슷하지만, 다른 암들은 원격전이가 된 경우 1년을 넘기기 어려운데 반해 갑상선암은 상대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전이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암이 전이되는 것은 생존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거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속도가 느려 병을 가지고도 오래 생존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신 암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심리적 부담감, 불안감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우선 권고되는 것”이라면서 “다만 환자의 1%는 미분화함일 수 있다. 미분화암은 모든 암종 중에서 전이 속도가 가장 빠른 암이고 예후도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은 재발도 흔하다. 주로 암이 발생한 주위 목림프절에서 재발이 잘 되는데, 암종의 위험 정도에 따라 재발률이 20~59%정도다. 그는 “가능하면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는 게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률을 낮추는 데 도움된다”면서 “갑상선암도 다른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치료이다. 방사성요오드 치료, 갑상선자극 호르몬 억제치료도 시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감염을 우려해 갑상선암을 비롯한 암 치료를 미루는 환자가 늘고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치료시기를 수개월 뒤로 미루는 게 치료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기다려도 되는 적정 시기를 알 수 없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도 없다”면서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2월, 3월과 다르다. 그때만 해도 5~6월 되면 끝날 줄 알고 몇 개월 기다려보자고 말했지만 지금도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암을 얼마나 키워서 올까’이다. 2015년 메르스 때도 사태가 끝나고 암이 진행된 환자가 폭풍처럼 왔다”며 “모든 암은 빨리 치료하면 좋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갑상선암도 치료를 늦추면 전이, 재발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갑상선암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단기입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면역력이나 전신상태에 큰 영향을 주는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거의 없다”면서 “다른 암도 마찬가지로 치료 부담이 적을 때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수술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삶의 질도 올리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방역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뉴 노멀’에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진료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른 중요 질환의 진료가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암도 대표적인 중요 질환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더라도 가능하다면 암을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암을 치료하는 것이 국가, 사회, 의료기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다른 질환에 대한 케어가 전혀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암 치료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각 전문 의료진이 진료를 하면서 동시에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며 “결국 코로나로부터 안전한지,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방역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도 적절한 순간에 잘 감당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방비된 의료기관에서 부담 없는 진료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도 앞으로 요구되는 ‘뉴 노멀’이다”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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