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출범한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회사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쳤고 관련 매몰 비용만 1조원을 넘어섰다. 결국 두산그룹은 정부에 손을 벌렸고, 현재 기사회생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24년 역사의 두산그룹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부실의 진앙된 ‘두산중공업’
두산그룹 부실의 원인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다. 중공업의 위기는 톱니바퀴 맞물리듯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 탓이다. 위기의 시발점은 중공업이 지난 10년간 1조7000억원 이상 지원한 자회사 두산건설의 부실이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부터 두산건설의 지원을 위해 대단위 금액을 투자했다. 이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보유지분은 늘어났고, 늘어난 주식이 두산건설의 만성적자로 하락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손실도 커졌다. 결국 두산건설은 지난해 말 상장 폐지됐고, 두산중공업은 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현재 두산중공업 실적에 반영된 두산건설의 주식손실액은 7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지원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가운데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회사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2018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했고 이로 인해 회사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5% 줄어든 877억원에 당기 순손실은 4952억원에 달했다. 또한 원전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만 1조원대를 훌쩍 넘는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자회사가 진 빚을 포함하면 5조9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올해 내에 갚아야 할 회사채만 1조2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올해 정부에 손을 벌렸고,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124년 역사의 두산그룹이 긴급 자금이라는 ‘산소호흡기’로 겨우 살아난 것이다.
◆‘벼랑 끝’ 두산…“경영정상화 과정 지난할 것”
두산그룹은 지난 4월 채권단에 최종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엄격한 수준으로 개선하고 이를 발판으로 두산중공업 경영의 조기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추진 및 제반 비용 축소를 위한 고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진행한다. 또한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모회사로서 두산중공업의 자구노력을 최대한 지원하고, 이를 위해 자산매각과 두산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두산그룹 대주주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출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배당 및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도 대폭 반납하기로 했다. 두산그룹 대주주는 지난달 말 긴급운영자금 요청 시 채권단에게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채권단에 약속한 자구안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매각설도 불거지고 있다.
이는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등 거론되던 매물의 매각 진행이 더뎌졌고, 지연에 따라 우량 자회사인 건설기계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으로 업계의 시선이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매각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로 섣불리 예단키 어렵다는 것도 재계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 입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는 기간 동안 당장 현금을 벌어다 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까지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던 두산솔루스와 두산의 상징인 동대문 두산타워, 수년간 지원했던 ‘아픈 손가락’인 두산건설 등 현재 매각 진행 중인 사업들로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용 절감과 유상증자, 대주주 사재출연 등으로 자구안 이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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