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 ”안녕하세요. 저의 꿈은 바리스타입니다. 고려대학교병원에서 일하면서 저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올해 스무 살인 김모씨(가명)는 고려대학교병원이 첫 직장이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좋아서 바리스타의 꿈을 갖게 됐다는 김씨. 그는 지적장애인으로 현재 고대병원에서 환자와 직원들의 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 지칠 때마다 응원해주는 동료직원들 덕분에 즐겁게 일한다는 김씨는 본인이 준비한 식사로 건강을 되찾을 환자들을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
# “15년간 가전제품 영업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회사 경영난으로 실직하게 되었습니다. 주 3회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해 주는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모씨(가명)는 고대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병원이용 안내를 맡고 있다. 실직 후 치료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하던 터에 고대병원으로 취업하게 됐다. 그는 다시 일하며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람되고, 건강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4시간 이상도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장애인 고용확대와 차별 없는 직장문화 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훈훈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의료기관으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원은 지난해 10월 장애인 정원을 늘리고 올해 5월까지 67명을 채용했으며, 연내 실고용인원을 최대 140명 이상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고려대의료원은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 없는 사랑을 실천해온 만큼 의학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가치 창출을 통해 시대와 사회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원은 단순히 채용에만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김 의무부총장은 ”채용 이후에도 직무적응과 고용안전을 위해 필요한 직무교육과 교양강좌 등 교육지원, 진료비 지원을 비롯한 각종 복리후생, 사회적응을 위한 사회재활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애인 채용을 위해 다각적인 직무분석과 장애인고용공단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채용된 신규 입사자들은 약 2주간의 직무고용훈련을 통해 현장 적응 후 배치되며, 1일 약 4시간 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업무영역은 로비와 검사실 등 병원 곳곳에서 병원이용안내와 사무업무 지원, 환자식과 직원식 준비 등 다양하다.
신규 채용된 장애인들의 만족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병원 내부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인사 담당자는 ”장애인 신규 입사자 분들 모두 병원 근무 환경에 빠르게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입사자 본인은 물론 배치된 실무 부서 모두 만족하고 함께 서로 돕고 일하면서 조직에 활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등록현황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인 수는 2019년 기준 약 262만여 명으로 전체인구의 5%가 넘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중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64세 이하)는 약 129만여 명이며, 이중 취업자는 약 64만5000명(53.6%)에 그쳤다.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0년 기준 상시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민간사업주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취업이란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고용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여러 이유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상시 100명 이상 고용사업주는 의무고용 미이행 시 부담금을 신고·납부해야 하는데 2019년도 부담금 신고 사업체 수는 8638개이며 신고액은 7726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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