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 점검 관련 행정지도’안을 내놨다. 해당안의 골자는 판매사와 수탁기관의 감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행정지도는 29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업계 의견을 청취한 후 금융위원회내 금융규제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같은 달 12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행정지도안에 따르면 운용사는 매 분기 판매사에 펀드 자산 내역을 내야 한다. 판매사는 운용사가 제공한 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전에 사전 검증해야 한다. 또 펀드 상환·연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투자자에게 알리고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수탁기관도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감시해야한다. 집합투자규약에 적합한 자산편입 및 차입 여부, 불건전 영업행위, 운용사(일반사무관리회사)와 자산구성내역 대사 등을 살펴야 한다.
금융위는 당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판매사와 수탁기관의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었으나, 신속한 법 개정이 이뤄지기 쉽지 않자 행정지도안으로라도 선조치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전에 터질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 사고에 대응할 방안이 시급해서라는 평가다.
이같은 행정지도안이 발표된 이후,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판매사와 운용사 모두 업계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점검 가능 권한과 범위를 두고 업계 내에서 잡음만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모펀드에 대해 공모펀드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만, 운용사들이 그렇게 할 리가 있느냐"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안인데, 업계가 터지는 사고마다 연대 책임만 질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이런 식으로 가면 판매사가 사모펀드를 팔지 말란 이야기다. 복잡한 구조의 펀드는 제대로 협조 받지 못 하면 문턱에서 거절할 수 밖에 없을거다. 점검 인력도 한계가 있을 뿐더러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넘어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업계에 책임을 떠밀 근거가 생겼다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운용업계에서도 사모펀드 사전 검증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판매사의 검증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중소형 운용사의 입지만 불리하게 만드는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운용사 관계자는 "업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전형적인 면피행정이자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대형 판매사들이 갑인 경우가 더 많고, 판매사의 입김에 맞춰서 진행되는 상품도 적지 않다. 판매사는 갑의 위치에서 민감 정보를 다 공개하라고 지시하면 되겠지만 운용업계는 난처한 상황이다. 판매사나 수탁사에서 제대로 검증할 전문 역량이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모펀드 문제는 업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외부 기관에서 감시하는 방향이 더 합리적일 텐데 당국은 책임을 미루는 방향으로만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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