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행보 나선 이재명, 8·29 전당대회 ‘변수’ 될까

대선행보 나선 이재명, 8·29 전당대회 ‘변수’ 될까

기사승인 2020-08-01 05:00:29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 기자 = 지난 16일 대법원의 판결로 대권가도에 날개를 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29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인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낙연 의원을 잇따라 만나며 높아진 몸값을 과시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지사가 어느 쪽에 힘을 싣는지가 8·29 전당대회 결과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지사는 30일 차기 대권주자 1위이자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인 이 의원과 만났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이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까지 차지해 국민의 기대가 높다.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중차대한 엄중한 시기여서 능력이 높으신 이 후보님께서 당에서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고 이 의원도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지사님의 지도 아래 때로는 국정을 오히려 앞장서 끌어주고 여러 좋은 정책을 제안해주셨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국회가 혼연일체가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동은 이 지사가 김 전 의원과 만남 이후 이 의원이 요청해 성사돼 더욱 주목을 끌었다. 앞서 27일 이 지사는 김 전 의원과 만남에서 “김부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이 가셨던 길을 걸었기에 개인적으로 존경한다”고 말해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원과 이 지사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기감을 느낀 이 의원이 이 지사를 찾았다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이 의원은 “경기도의회 가는데 지사님을 뵙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가 연이어 당권주자들과 접촉을 늘려가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대권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분석에는 힘티 실리는 분위기다.

◆차기 대권주자 2위… 대권 의식한 정책 쏟아내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대법원 판결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락세인 이 의원을 바짝 추격하며 최근에는 두 사람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도정을 넘어 정치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지사는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치로는 처음으로 다주택자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를 제한하는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4급이상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인사 상 불이익이라는 ‘패널티’까지 걸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권고한 2급 이상 공직자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그는 30일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 총회에 참석해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복지적인 성격을 띠는 경제정책”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경기도에서 ‘기본소득형 토지세’ 실험을 예고했다. 그는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증세분을 일반 재원으로 소모하지 말고 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전액 환급하는 조건으로 과감한 부동산세 증세와 기본소득형 토지세를 도입해야 한다”며 “전국적인 도입이 어렵다면 광역 시도가 독자적으로 기본소득 토지세를 도입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도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사도 이 지사는 특별법 제정보다는 점진적으로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대 이전과 관련해서도 “차라리 대학도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그는 차기 대권에 대한 야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김용민 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더 큰 역할을 굳이 쫓아다니진 않을 것이지만 그런 기회가 돼서 맡겨지면 굳이 또 피할 일도 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 與 8·29 전당대회에 ‘게임 체인저’ 되나

이 지사의 영향력이 커지자 여의도에서도 이 지사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육성 방안 경기도 정책토론회’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만 약 20 여 명이 참석해 이 지사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지사는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그는 ‘김용민 TV'에서 2017년 19대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의 태도를 두고 “싸가지 없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이 지사는 김 전 의원과의 만남 이후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김 전 의원과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28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내가 경기지사로 도정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정치적 태풍의 와중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측도 “(이 지사와) 심정적으로 가까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선·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영남 300만 표를 얻어 당선시키겠다는 기존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연대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대회까지 약 한 달이 남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이 지사가 ‘게임 체인저’로서 김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로 연대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대권주자 1위인 이 의원에 비해 대내외적으로 입지가 크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그가 연일 ‘사이다 발언’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이 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대외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의원은 현재 의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당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이 지사를 통한다면 당내 젊은 신인들과의 접점도 확보할 수 있다.
 
이 지사도 당 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질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김 전 의원과의 연대가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성철 교수는 “이재명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본인이 가진 사이다 발언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재명의 지지율은 거의 최대치를 달했다”고 평가해 지지율 상승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그 동력으로 김 전 의원과의 연대를 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지사는 201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 당시 친문 세력과 치열한 갈등을 벌였던 만큼 김 전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친문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공식적인 연대선언을 파지 않더라도 이 지사가 물밑에서 조력하며 김 전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킨다면 추후 이 의원과의 대권 싸움에서도 힘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이 지사와 김 전 의원의 행보에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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