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4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3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결과 굴곡근과 회내근 1∼2단계 염좌 진단이 나왔다”며 “4∼6주 재활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한 오타니는 지난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이 끝난 뒤 MRI 검진을 받았고, 약 6주 가까이 투수로 나서지 못하게 됐다. 단축시즌으로 치러지는 올 시즌에는 사실상 투수로 출전하지 못할 전망이다.
▲ '투타겸업' 오타니, 부상에 한계 왔나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자와 투수를 겸업한 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에(NPB)에 뛰어들었다. 일본 무대에서도 투타겸업을 하며 일본 무대를 제패한 오타니는 2017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오타니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빅리그에서도 투타겸업을 한다는 뜻을 밝혔고, 빌리 에플러 에인절스 단장도 “오타니가 외야수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를 위해 6선발 체제도 가능하다”며 오타니의 뜻에 힘을 실어줬다.
2018년 오타니는 데뷔 시즌에 타자로 104경기 출전 326타수 93안타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신인왕을 수상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투수로서는 시즌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다. 10경기 출전 4승 2패 평균자책점(ERA) 3.3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반기에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9경기만 출전했고, 그해 9월3일 휴스턴을 상대로 약 88일만에 선발 투수로 복귀전을 치렀으나 10월 오른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타자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그해 9월 왼쪽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다시 시즌아웃 됐다. 부상이 거듭되자 투타 겸업을 지속해야 하느냐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투타겸업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약 2년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최악의 복귀전을 치렀다. 오클랜드 에슬래틱과의 원정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피안타 3개 볼넷 3개를 내주며 5실점 한 뒤 강판했다. 다음 경기에서도 부진은 이어졌다. 지난 3일 휴스턴전 홈경기에서는 1.2이닝 동안 볼넷 5개 2실점한 뒤 강판했다.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이 37.80까지 뛰는 굴욕을 맛봤다. 타석에서도 27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 타율 0.148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MLB서 투타겸업 성공한 케이스는 베이브 루스뿐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서도 투타 겸업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선수는 베이브 루스 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투수를 6시즌을 뛰던 루스는 1918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루스는 1918년 타자로 95경기에 출전해 11개의 홈런을 터트렸고, 투수로는 13승7패 평균자책점 2.22를 남겼다. 최초의 메이저리그 10승-10홈런을 단일 시즌에 기록한 선수였다. 이듬해에도 투수로 9승5패 평균자책점 2.97을 올렸고 타자로는 29개의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192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타자로만 활동하기 시작했다. 루스의 뛰어난 타격 재능을 알아본 구단이 공을 던지는 것을 만류했다. 루스는 뉴욕 이적 후 은퇴할 때까지 마운드에 단 5차례만 올랐다.
루스 이후에도 몇몇 투타겹업 선수가 존재했으나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2000년대에도 브룩시 키시닉, 마이카 오윙스, 댄 해런, 마이클 로젠렌 등이 투타 겸업을 시도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자취를 감췄다.
▲ 투타겸업 왜이리 성공하기 어려울까
아마추어에선 투타 모두 뛰어난 케이스가 많지만 프로에서는 대다수가 투수나 타자 중 하나를 택한다. 하나로 성공하기도 어려운 데 두 가지를 모두 하기에는 무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수와 타자의 훈련법은 상당히 달라 병행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투수는 수직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하는 반면, 타자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진행한다. 또 주로 사용하는 근육과 부위가 모두 달라 양쪽에 나쁜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피로도와 부상 위험성도 높아 투타겸업을 프로 무대에서는 지양하는 추세다. 체력적인 문제도 뒤따른다. 약 5일에 한 번씩 출전을 하는 선발 투수의 특성상 훈련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약 이틀 밖에 휴식이 주어지지 않는다. 휴식을 취해도 모자를 판에 타자로 경기를 뛰다보니 리듬감이 무너질 수 있다.
오타니는 2016년 자국리그에서 일본시리즈 우승과 퍼시픽리그 MVP수상으로 투타겸업 가능성을 높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러질 못했다. 장거리 이동과 리그 수준 차이로 인해 이전만큼의 실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부상이 겹치면서 투타겸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는 수순이다.
오타니가 투타겸업을 포기해야한다는 의견도 들리고 있다.
일본야구의 레전드인 장훈은 "투수 쪽이 9대1로 기대된다. 지금처럼 적당히 하는 타격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반면 투수로는 100년에 한번 나올 선수"라며 "투구폼도 타자들이 치기 어렵게 내리꽂는 스타일이다. 나라면 투수에 전념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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