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신관 지하의 푸드 마켓은 이따금 손님이 몰리며 조금 나은 듯 했지만, 이전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라고 현장 점원들은 귀띔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7층 생활‧아동 매장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적었다. 럭셔리뷰티 매장부터 클래식, 컨템포러리 매장까지 관심 있게 물건을 살펴보는 손님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난달 30일 시행된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백화점도 서서히 휘청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광복절이 있던 연휴기간만 하더라도 백화점 업계에선 매출 회복 조짐이 나타났지만, 불과 한 달 도 못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찬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도보 15분 거리인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건물 미화원들은 출입문이나 손잡이를 닦는데 분주했고, 마스크 착용을 감시하는 직원이 곳곳에 서 있었다. 손님 상대로 바빠야 할 매장 점원들은 마스크를 꾹 눌러쓰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명품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매출은 작년 동기간보다 21.4% 감소했다. 특히 30일 매출은 30.7% 역신장했다. 롯데백화점도 동기간 전체 매출이 44% 감소했다. 30일에는 53%나 급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매출이 19.3% 감소하고, 30일 하루 매출은 22% 하락졌다.
사실상 이날 백화점에서 쇼핑백을 쥔 손님은 거의 목격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쇼핑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근처에 갈 수 있는 식당이 마땅히 없어 지인과 식사를 하러 백화점에 들렀다”라며 “식사를 하면 곧장 바로 백화점을 나갈 것”이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대형마트의 상황도 유사했다. 이날 오후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가족, 부부 단위의 손님보다 혼자 장보기에 나선 중년 여성들이 대다수였다. 주로 시리얼과 라면 등 대용량 간식과 휴지, 소독제 등 생필품을 카트에 담고 있었다. 아이쇼핑은 사라지고, 대다수가 필요한 것만 카트에 담곤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패션잡화 매장은 거의 손님이 없었다.
매장의 시식 매대도 전부 사라졌다. 인근의 효창동에서 거주 중인 최모(56‧여) 씨는 “이전에는 시식코너나 잡화매장도 돌며 장을 봤었는데, 지금은 그런 재미가 없다”면서도 “온라인 쇼핑은 잘 모르기도 하고, 직접 제품을 사는 것이 더 신선해 마트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선식품 코너에는 제법 손님이 몰렸다. 이마트 용산역점에서도 다수의 손님들이 과일과 수산물, 육류 등 매대에서 상품을 카트에 담고 있었다. 아직까지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온라인몰에 비해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주문 폭주로 온라인몰의 배송이 늦어지기도 하는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마켓컬리와 이베이코리아 등에선 품절과 주문지연 등이 벌어졌다.
다만 앞으로 3단계로 격상되거나, 2.5단계 기간이 더 길어질 경우 신선식품 수요마저도 이커머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는 문화센터 등 집객 시설도 제대로 열 수가 없는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며 “이커머스는 배송 속도와 신선식품의 구색도 다양화 하며 진일보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적어도 추석 전까진 이 같은 ‘개점휴업’ 사태가 수습되길 업계는 바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이번 추석은 올해 코로나19로 떨어졌던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인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속 진행하는 첫 명절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반대로 3단계 격상 시에는 지난 3월보다 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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