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학기 지속되는 대학가에 “휴학할래요”

비대면 학기 지속되는 대학가에 “휴학할래요”

기사승인 2020-09-10 05:00:35

▲지난 3월 비대면 강의를 시작한 서울 한 사립대의 교정이 썰렁하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학들이 2학기도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면서 대학가에 휴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지만 대학가는 썰렁하다. 지난달 중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늘자 연세대, 경희대, 고려대, 숙명여대 등 서울 주요대학은 2학기도 비대면 으로 진행된다는 방침을 공지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지난 1학기부터 비대면 강의를 진행해왔다. 지난 2월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학들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이에 대학들은 개강을 1~2주, 길게는 한 달 가량 연기했지만 그 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자 대부분의 대학이 1학기 내내 비대면 강의로 수업을 진행했다.

지속되는 비대면 강의에 지친 대학생들은 줄줄이 휴학을 택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강모(23·여)씨는 비대면 강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 학기 휴학을 했다. 그는 “지난 학기 내내 했던 줌(ZOOM) 화상강의는 연결 상태가 쉽게 불안정해져 수업 내용을 놓친 적이 있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면 수업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모두 과제로 대체돼 과제 분량도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학기가 졸업 전 마지막 학기인데, 이렇게 질 낮은 비대면 수업으로 학기를 마무리 하고 싶지 않아 차라리 자격증 준비를 하려고 휴학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24·여)씨는 비대면 학기에 내는 등록금이 아까워 휴학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학기 항상 노트북으로 줌 강의를 듣다보니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계속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으니 눈도 너무 아프고 허리와 목에 통증이 생기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줌을 하루종일 틀다보니 노트북 발열이 심해 지난 학기가 끝났을 때 노트북이 거의 망가졌다”면서 “돈(등록금)을 내고 이런 부작용들을 또 얻고 싶지 않아 휴학을 결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수를 택하는 신입생들도 적지 않다. 입시 포털사이트 유웨이닷컴에서 지난 7월23일부터 4일간 대학생 총 7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들의 반수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반수를 고려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에 반수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46.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현재 대학에 불만족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82.7%가 반수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수를 결정하게 된 이유로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반수 결정 이유로는 ‘지난해 입시결과에 대한 아쉬움’(36.6%)이 가장 많았다. ‘올해 고3이 최약체라는 평가로 졸업생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13.7%(101명)에 달했다. 교육평가기관인 유웨이 측은 “교육계에는 (코로나19로)고3들의 휴업 기간이 길어진 관계로 올해 고3이 최약체라는 평가가 있다”면서 “이를 호기로 여긴 현재 대학 신입생 중 일부가 반수에 도전하리라는 예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현재 재학 중인 학교에 대한 소속감 저하’를 답한 응답자는 34.3%(253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 대학 신입생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런 대학생활도 즐기지 못했다. 이들은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MT 등 신입생 대상 대표적인 행사들을 모두 취소했다. 

반수생 김모(20)씨는 “대학생활을 즐기지도 못하고 동기나 선배들도 못만나니 학교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다”면서 “마침 비대면 강의라 통학에 썼을 시간에 더 공부를 할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반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도 수능을 본 적이 없는데다 제대로 학교도 못간 고3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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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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