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철퇴를 가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일단 찔러보자는 식'의 대기업 옥죄기는 반대로 공정위가 공정경제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취임 후 조 위원장은 처음으로 재계와 만나 '공정경제 구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정경제를 통해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의중으로 풀이했다.
그가 공정경제 확립을 위해 먼저 꺼낸 칼은 디지털 시장 질서 확립이었다. 취임식 당시에도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 등 부당한 독과점남용행위를 제재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위원장은 취임 두달 뒤인 지난해 11원 ICT특별전담팀을 설치하고 올해 2월에는 온라인플랫폼과 모바일, 반도체, 지식재산권 4개 분과를 구성해 시장을 집중 감시했다. 네이버 부동산 부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한 것이 첫 결과물로 평가된다.
또한 범정부 차원의 하도급 가맹분야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갑을관계를 개선하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재추진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통과만 남았다. 아울러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도 추진했다.
지난 8일 조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연 정책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든든한 심판자이자 공정경쟁과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시장 규칙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돌아봤다.
재계 안팎은 조 위원장의 지난 1년간 활약으로 ICT, 특히 플랫폼 분야에서 '공정경제 확립'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과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를 확립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토양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조 위원장의 공정경제 정책을 독려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조 위원장이 공정경제를 앞세워 대기업 목을 조르고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의 무리한 현장조사나 강압적인 임의자료 제출 요구가 기업 경영에 위험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정위의 아니면 말고 식의 행정 태도가 공정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조 위원장의 정책 취지와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잘못에 대한 처벌은 마땅하지만, 책임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칼을 겨누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한화 계열사들이 지난 2015~2017년 한화S&C(현 한화시스템)에 부당 이익을 몰아줬다고 의심하고 조사를 진행했는데 정작 혐의 입증은 하지 못했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에 공들인 시간 만 무려 5년이다. 현장조사만 10차례 이뤄졌다.
또 지난 2018년 치킨프랜차이즈 업체인 비비큐(BBQ)의 '광고비 부당 전가'와 SK케미칼과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 위법 광고' 등은 증거확보를 하지 못해 줄지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공정위에 칼끝이 무뎌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대기업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면서도 강압적인 조사와 무리한 조사로 기업을 옥죄는 것이 공정경제인지 의문"이라며 "잘못에 대해 법집행을 하는 것은 마땅하나 일단 찔러보자 식의 행정운영은 행정력 낭비일 뿐 아니라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취지에도 어긋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무뎌진 공정위 칼끝' 비난을 의식한듯 조 위원장은 정책간담회를 통해 "위원회 차원에서 무혐의 처리하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은 공정위가 갖는 심판기능과 조사 기능이 독립·중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요구하는 위법성 입증 정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공정위 사건국에서 제시한 자료를 제대로 평가했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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