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수도권 내 학교들에서 실행 중인 전면 원격 수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수도권 내 초·중·고교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증하자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해 실행 중이다. 기존 지난 11일까지였던 전면 원격수업은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오는 20일까지로 연장됐다.
원격수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이 사용하는 각종 입시카페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EBS 등의 콘텐츠 활용형 수업의 질이 낮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중학생 자녀를 뒀다는 한 학부모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원격수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자습’이다”면서 “EBS링크나 유튜브 링크만 주구장창 올라오는데 이게 무슨 학교 수업인가 싶다. 학교에 항의할까 생각 중”이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EBS만 보는데 시험범위는 책 한권이다”라며 “지난 학기 교사의 수업 없이 아이 혼자 그 많은 시험범위를 공부하는 걸 보고 안쓰러웠는데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실시간 쌍방향형 화상 수업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두었다는 한 학부모는 “화상 수업에서는 교사가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과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질문용인 수업 채팅창에 학생들이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아도 교사는 수업하느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학생 학부모는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 접속이 끊길 때가 종종 있다”면서 “아이가 중요한 부분을 놓쳐 시험이나 출석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점점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학부모는 “교사의 제제가 없다 보니 중학생 아들이 수업 중 채팅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일이 부지기수다”라면서 “심지어 수업 중 온라인 게임을 하는 걸 보고 속이 뒤집어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전자기기 앞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적었다. 13일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 초·중·고교생 20만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이 꼽은 원격수업의 단점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인터넷 검색과 소셜미디어(SNS)를 자주 하게 된다’라는 응답이 약 23%로 가장 많았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육격차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 교원 총 4만8187명 중 13%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를 원격 수업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는 등교수업보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적은 원격 수업 특성상 교사가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을 발견해 개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교원도 “중간고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성적 분포가 정상분포에서 U자형 분포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자 개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질 높은 원격 수업을 위해 콘텐츠 개발 지원도 강화하고 EBS 검정 출판사와 협력해 1학기 때 개발하지 않았던 교과 콘텐츠 13종을 추가 개발해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습 결손 방지에 대해서 유 장관은 “원격 수업과 가정학습을 통해 학생 스스로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초중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겠다”며 “시도의 다양한 기초학력 지도 프로그램과 학습 콘텐츠를 17개 시도 교육청이 활용 및 공유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14일 수도권 학교의 등교 재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유 장관은 전국 시·도교육감과의 회의를 통해 남은 2학기 학사일정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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