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 기자 =공유 전동 킥보드가 길가에 방치돼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지자체가 방치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과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를 돌아본 결과, 15대가량의 전동 킥보드가 인도와 도로 옆에 세워져 있었다. 도로로 기울어 주차된 킥보드는 자동차와 부딪힐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여의도 한강공원 근처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길에 아무렇게나 놓인 공유 전동 킥보드에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시민 A(25·여)씨는 “최근 신호등 옆에 널브러진 전동 킥보드를 봤는데 보기도 좋지 않고 지나가는 데 불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동 킥보드·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PM)의 이용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운행 중인 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지난 2018년 150대에서 올해 8월 3만5850대로 급증했다.
덩달아 전동 킥보드 주차에 대한 민원도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동 킥보드 관련 민원은 7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290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7월에는 1951건으로 치솟았다.
전동 킥보드 주차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 대다수가 대여와 반납 장소를 지정하지 않은 프리플로팅(free-floating)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 사용자에게 편리하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방해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중 무단방치 금지 조항을 골자로 하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및 관리에 관한 법률(PM 법)’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제도 정비까지 상당 시간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다 보니 자구책을 내놓은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공유 PM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차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통행이 잦은 곳이나 진입로에는 주차를 제한하며 가로수, 벤치 등 상대적으로 통행 불편이 적은 곳으로 주차를 권장한다. 송파구와 서초구는 관내에 주차 구역을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동 킥보드 업체에 따르면, 서울 내 강남·서초·송파는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서초구의 경우, 시범 운영 중인 전동 킥보드 전용 주차장은 50곳이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모든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가 주차 존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방문한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전동 킥보드 주차 존은 이용이 저조했다. 주차된 전동 킥보드는 한 대뿐이었다. 무엇보다 주차 존에 대한 표지판이나 안내가 없었다. 주차 존을 알리는 것은 도로에 칠해진 페인트 표시뿐이었다. 그 때문에 주차 존을 지나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위에 전동 킥보드 여러 대가 방치된 것을 발견했다.
이용이 저조한 이유는 또 있다. 주차 존의 위치 때문이다. 서초구에서 만든 주차 존은 주로 대로변에 있다. 그러나 서초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주차 관련 민원은 주택가 골목길에 민원이 많다. 이런데도 공동주택 또는 상가 앞에 공유 전동 킥보드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관계자는 “현재 근거법이 없어서 구청에서 임의로 만들 수 없으며, 인근 건물주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차장을 설치하려 해도 주민 반발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강남 소재 부동산중개업자 B씨는 “만약 상가 근처에 전동 킥보드 주차장이 생긴다면 전동 킥보드가 많아져 통행에 지장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강남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C씨는 더 완강하게 거부 반응을 나타냈다. C씨는 “주차장이 가게 앞에 생긴다면 보기 안 좋고 심란할 것 같다”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서초구청 관계자는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제도가 마련이 안 돼 전동 킥보드 이용자와 비 이용자 모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전동 킥보드를 사용한 뒤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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