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 달 앞두고 현장에는 수능 가림막을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3일 노량진역 앞에서 만난 수험생 A(23)씨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의대에서 반수 준비 중이라는 A씨에게 수능 가림막은 새로운 변수였다. A씨는 “수능 당일에는 모든 수험생들이 날이 서 있는 상태다”라며 “가림막처럼 부수적인 요소로 응시할 때 신경이 분산되지는 않을지 매우 걱정된다”라고 토로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가림막에 대한 우려는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1교시 국어영역의 경우 긴 지문을 앞뒤로 번갈아 읽어야 하는데, 연습 삼아 문제를 풀 때 받침판에 걸려 시험지가 찢어지기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가림막을 세우는 받침판이 커 국어 지문을 읽는 데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칸막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다른 네티즌은 “시험지 상단에 메모하려고 해도 받침판이 올라와 있어 너무 짜증났다”라고 적었다.
앞서 교육부는 수능 당일 책상 앞면에 투명 가림막(가로 약 60㎝·세로 45㎝)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가림막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가림막을 없애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작은 책상에 가림막까지 세우면 책상 공간이 협소해져 시험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해당 청원에 이날 오전 기준 2만2529명이 참여했다. 재활용도 안 되는 일회용품에 74억원의 예산을 썼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다른 청원자는 “효과도 없이 불편만 주는 일회용을 위해 혈세를 낭비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능 가림막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림막이 초래하는 불편을 넘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학교마다 연습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안 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날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수능을 앞두고 학교마다 가림막 설치 여부가 다르다는 민원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교육부에 “우리 학교는 칸막이가 없다. 평소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는 칸막이 없이 보다가 수능 당일에만 칸막이를 사용하게 되면 이미 사용해 본 학교 학생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수험생들은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때부터 미리 가림막을 체험하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9월 평가원 시험 때 가림막이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수능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수능 전 원격 수업으로 전환돼 실제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육부는 오는 26일부터 전체 고등학교와 시험장 학교를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직접 가림막을 구매해 집에서라도 연습하겠다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수험생들은 학교 책상과 1~3만원 대의 수능 가림막을 사서 집에서 연습하고 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입시 전문가는 가림막을 사서 연습하는 것은 심리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실제 시험장 환경에서 연습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리적 측면에서 (연습을) 해봤다는 점이 도움 될 뿐 완벽한 대비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 가림막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가림막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던 수험생들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