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ESG 중심의 연말인사를 단행할지 이목이 쏠린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최고경영자(CEO)세미나에서 친환경 노력에 모든 관계사가 각자 사업에 맞게 꾸준히 추진할 것을 주문한바 있다. 앞서 9월에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SK그룹은 이달 초 8개 관계사가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인 'RE100'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1일 재계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3일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인사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해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정기 인사가 단행돼 온 만큼 이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인사 때 '안정 속 변화'를 택한 SK는 올해 인사에도 '안정'에 기반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에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줄이는 대신, 유능하고 젊은 인재 발탁 및 전진배치를 통해 '안정 속 세대교체'의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장동현 SK(주)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그룹 내 핵심 임원진들이 올해 초 재선임 됐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최근 인텔 인수 등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만큼 교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 인사에도 부문장급 임원들의 세대교체는 지속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SK는 성과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그룹 내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젊은 인재를 발탁해 오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임원 인사 때도 임원 승진자는 117명으로 전년 151명에 비해 감소했지만,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팀장 및 주요 계열사 부문장급 임원들을 교체하는 변화를 줬다. 여성임원도 7명을 선임해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를 27명으로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과 여성 인재를 대거 발탁해온 SK가 올해도 젊은 인재를 등용하며 미래 리더를 육성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 회장이 ESG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인사의 핵심은 'ESG'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11월에만 (주)SK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만나 ESG를 기반 한 사업모델과 혁신방안 등 2021년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각론적으로도 최 회장은 ESG 구축을 차근히 실행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직속으로 지속 가능 경영태스크포스를 출범했고, 9월에는 SK하이닉스도 이석희 SK하이닉스 직속으로 ESG 태스크포스를 구축했다. 이에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내년 조직개편을 통해 ESG 전담 부서를 정식 조직으로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그룹 최고 의사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변화도 감지된다. '수펙스' 명칭을 'ESG경영'에 맞게 바꾸거나 아예 'ESG경영'을 주도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업계 일각은 보고 있다.
다만 수펙스는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지난 1988년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룹 차원의 '수펙스 경영혁신운동'을 시작했다. 이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수펙스추구협의회'다. 따라서 최 회장이 SK의 상징과 같은 수펙스 명칭을 바꾸기보다는 ESG경영을 주도할 새로운 조직을 만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때문에 SK그룹의 올해 인사는 'ESG경영'을 전담할 인력조정과 조직개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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