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추진에 있어 핵심 인사는 세 명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다. 그러나 이 셋의 협업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브리핑이 대표적 사례다. 박지원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율 급락을 이유로 지난 10월 말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으며, 지난 8월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물자반입 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했다고 보고했다.
바이러스가 바닷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어업과 염전까지 금지했다고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비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건 물론 과잉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당시 한 정보위 참석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불안정한 행태를 무더기로 공개한 건 이례적일 뿐 아니라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과 협상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도 줬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이 장관 역시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20일엔 김 위원장이 통치 스트레스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권한 일부를 넘겨 ‘위임통치’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장관은 “위임 통치가 아니라 역할 분담을 한 것이며 김여정이 이인자나 후계자로 전권을 행사한다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며 국정원 정보를 부정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난달 10일 대일 특사로도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만나 문재인-스가 선언으로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뒤 김 위원장을 도쿄올림픽에 초청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박 원장에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진전된 방안 제시를 먼저 하라”고 요구하면서 서훈 실장이 도쿄를 방문해 양국 갈등을 매듭지으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이처럼 대북정책 핵심 인물 간 잇따른 ‘불협화음’이 포착되면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했느냐’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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