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경기 속에서도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쿠키뉴스는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민 예찬해(34)씨와 김근보(54)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4~10년간 꾸준한 기부로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예씨는 4년 전부터 매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기부를 해왔다. 그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때 얼굴만 알던 친구가 어느날 찾아와서 저희 아버지의 기부 혜택을 받았다고 털어놨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 고마워하더라고요” 예씨는 이 일을 곱씹을수록 좋은 일을 하면 돌아온다는 ‘카르마’를 믿게 됐다고 했다.
예씨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다. 이달부터 매출은 기존의 30% 수준에 그쳤다. 계속되는 적자에 직원들의 인건비는 기존에 모아놨던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은 빠듯할지언정, 이웃을 향한 예씨의 마음은 여전했다. 예씨는 연말에 지역 내 차상위 계층을 위해 기부를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차상위 계층은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버티다 못해 동사무소에 연탄, 전기장판 등 보온용품을 요청한다”라고 설명했다. 예씨가 동사무소에 기부한 금액은 오롯이 지역 내 필요한 이들에게 쓰인다. 그는 “대부분 우리 지역 분들이 저희 가게를 이용하신다. 제가 받은 만큼 지역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기부를 통해 꿈을 이룬 시민도 있다. 지난 2002년 제과점을 개업한 김씨는 이듬해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벌써 18년 차 ‘프로 기부러’다. 여러 복지재단에 10년이 넘도록 기부를 해온 그는 지난 3년 전부터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 매주 시간을 내어 장애인복지시설 학생들에게 3시간씩 제과·제빵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은 그를 재능기부로 이끌었다. “40대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제가 생각했던 형태와 다르지만, 제빵사라는 직업으로 학생들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게 보람차요” 실제로 그의 수업을 들은 후 제빵 관련 직업시설에 진출한 학생들도 여럿 된다. 장애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도왔다는 뿌듯함도 그가 재능 기부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확진자 한 명이 가게에 다녀갔다. 김씨는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직원 모두 음성이 나와 다행이었지만, 11월 중순 이후 매출이 50%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부를 계속하겠다는 그의 뜻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19로 재능기부 활동도 쉽지 않게 됐다. 지역사회 활동가나 장애인분들이 제빵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김씨는 주변에도 나눔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 노원 지회장직을 맡은 그는 지난 7월 지역 내 제과점 8곳과 함께 ‘착한 가게’에 가입했다. 착한 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정기 후원을 하는 가게를 일컫는다. 그는 “제과업에 임하시는 분들이 나눔을 실천할 기회를 홍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보다 좋은 일 하시는 분들 정말 많아요.” 김씨는 멋쩍게 말했다. 이들이 있기에 매서운 한파와 코로나19 확산 공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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