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며 무엇보다 ‘새 인물 발굴’에 집중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어떻게든 인물을 발굴해서 서울시장 후보도 내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진이형’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도 만남을 가지며 ‘새 얼굴’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 갔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판짜기에 후보들도 ‘호응’했다. 김 위원장이 출마를 권유했다고 알려진 뉴페이스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지지율 순풍에 힘입어 이혜훈·김선동·이종구 전 의원,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출마 러시가 이어지며 경선판에 활기가 띠었다.
그러나 지난해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구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잠룡의 등장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 대표와 ‘체급’이 맞는 거물 후보가 등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먼저 ‘조건부 출마’를 내세워 출사표를 던졌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뒤를 이어 나경원 전 의원도 등판하며 야권 ‘빅3(안·오·나)’ 구도가 형성됐다. ‘빅3’의 등장으로 야권의 단일화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앞서 출마를 선언했던 후보들은 ‘뒷방’ 신세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 후보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근식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뉴페이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미스트롯의 감동이 원천봉쇄되고 왕중왕전의 기싸움으로만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며 “기성 정치인들의 뻔한 결과로는 편하게 질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군소후보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먼저 ‘빅3’ 견제에 들어갔다. 이종구 전 의원은 안·오·나에 대해 “완전히 흘러간 가요무대”라고 혹평했고 오신환 전 의원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조연들”이라고 깎아내렸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안 대표를 향해 “벌써 시장이 된 듯이 대권행보를 한다. ‘과거의 안철수’ 그대로”라고 날을 세웠다.
대형 후보들보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만큼 ‘공약’도 먼저 내세우면서 정책 선점에 나서기도 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서울블라썸(Seoul Blossom)’을 강북·강서 4개 권역에 만들어 청년들의 주거와 일자리를 함께 해결하겠다고 밝혔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뉴타운 사업 활성화 등을 통한 65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세웠다. 김근식 교수는 서울교육대학 이전을 통한 청년 아파트 건립을 약속했다.
간담회, 포럼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인지도 키우기에도 힘쓰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가 지난 12일부터 개최한 ‘서울시장 후보군 릴레이 간담회’에 오신환 전 의원과 김선동 전 사무총장이 참여한 데 이어 오는 19일에는 김근식 교수가 등판해 청년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야권 잠룡의 ‘등용문’으로 불렸던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도 박춘희 전 구청장, 이종구 전 의원 등이 강연자로 나와 서울시장 승리 전략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SBS의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801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빅3(안철수 26.9%, 오세훈 12.1%, 나경원 7.4%)를 제외한 나머지 군소후보들의 지지율은 바닥을 기록했다.
이혜훈 전 의원(2.3%)과 조은희 구청장(2.7%)을 제외하면 ▲김근식 교수 0.7% ▲김선동 전 사무총장 0.2% ▲이종구 전 의원 0.3% ▲박춘희 전 구청장 0.7% 등으로 나타나며 1%의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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