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6일 고개를 숙였다.
전날 국가인권위원회가 故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것에 따른 뒤늦은 사과다. 인권위는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 등을 참고해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인권위 위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과 함께 입장문을 내고 박 전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공식 사과와 남 의원 등 피소정황 유출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피해자는 “피소사실, 피해자의 지원요청 사실을 누설한 과정에 있던 사람들은 직을 내려놓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인권위의 권고사항 등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당시 제가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며 “이로 인해 피해자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해 오신 단체와 성희롱·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2030세대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적었다.
또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다시 한 번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특히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피해자의 고통이 치유되고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피해자가 요구한 사퇴에 대한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채 사과만을 이어갔다. 남 의원은 “평생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일을 통해 제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는지 다시 돌아봤다”며 “저를 신뢰해주신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렸다. 치열하게 성찰하겠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만 했다.
민주당도 “인권위의 결과를 존중한다”는 짧은 입장만을 냈다. 신영대 대변인은 오전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성인지적 정당문화를 위해 더 낮은 자세로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하겠다”며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으로 공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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