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기획] 野 “서울시민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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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예비경선 진출자 8명, 후보별 매력 탐방

기사승인 2021-01-30 06:00:09
국민의힘이 29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비전스토리텔링 PT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오신환, 나경원, 이승현, 조은희 후보,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세훈, 김선동, 김근식 후보, 정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흔히 다양한 매력을 가진 다인조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을 때 이같은 말이 회자되곤 한다. 개성도, 성격도, 외모도 다른 인물들이 한데 모여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팬심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에서도 나타났다. 매력도, 공약도 다 다른 국민의힘 예비경선 진출자 8인의 등장이다. 

당내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8인은 두 부류로 구분된다. ‘빅2’와 ‘군소후보들’이다. 먼저 빅2는 잠재적 대선 후보였던 정치적 거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해당된다. 이들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과 동시에 야권 보궐선거판의 흥행을 이끌며 본격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권 후보들의 견제구도 모두 이들을 향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정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제33·34대 서울시장을 역임해 ‘서울시정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 임기 1년짜리 서울시장직을 선출하는 만큼, 과거 서울시장을 했던 경험으로 다른 후보들과 달리 빠른 업무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대표 치적으로 꼽히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언급하며 부동산 대란 해결에 나서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 혼란을 노련하게 수습할 적임자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여성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 전 의원의 표어인 ‘독하고 섬세하게’도 여성 정치인들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성공국가인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대만의 차잉잉원 총통은 모두 여성”이라며 “독하고 섬세한 그들의 리더십이 이제 바로 이곳 서울에 필요하다”고 출마 선언에서 밝혔다. 

‘여성이 대접받는 서울’이라는 목표 아래 선거캠프에도 전희경·신보라 등 전직 여성의원들이 다수 포진했다. 캠프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도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캠프 구성이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잘못을 부각하면서 ‘여성 후보’라는 강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선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잰걸음 중인 ‘군소후보들’도 있다. 큰 보폭으로 서울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빅2와 달리 저조한 관심 속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비전스토리텔링 PT에서 각각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은희, 오신환, 이종구, 김선동, 김근식, 이승현 후보. 사진=연합뉴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신감’으로 이슈선점에 나서고 있다. 최근 나 전 의원을 향해서 ‘여성가산점제’의 폐지를 제안하며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야당 소속 구청장 중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유일한 구청장임을 밝히며 “1대24 승리 신화를 재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선동 전 사무총장은 당내 ‘정책통’으로 불리는 장점이 있다. 당 사무총장, 여의도 연구원장, 원내수석 등 국민의힘의 주요 보직에 자리하며 당의 주요정책을 추진해왔다. 김 전 사무총장은 자신을 ‘파괴력 있는 후보’라고 칭하며 “실전에 강한 스타일이다. 후보 중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정치를 해봤고 강북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 논객으로 활동해온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중도 표심’에 강하다. 진보성향 학자에서 야당 논객으로 변신한 김 교수는 진보진영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대표적인 정권 비판 논객으로 꼽힌다. 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한 김 교수는 진영을 아우르는 표심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게임체인저’를 자처하고 나선 오신환 전 의원은 ‘세대교체’라는 열쇠를 쥐고 있다. 71년생인 그는 586 기득권층인 민주당을 겨냥하고 나서며 “잡초처럼 밑바닥부터 뚫고 올라온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서울시의원, 당 중앙청년위원장, 40대 재선 국회의원, 최초의 70년대 생 교섭단체 원내대표 등 정치 이력을 통해 국민의힘에 ‘새바람’을 불러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종구 전 의원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야권의 대표적 ‘경제통’으로 불린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168조 원의 공적자금 투입의 실무 책임자로 활약한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전문 분야인 ‘경제’를 살려 ‘경제 시장’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신인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신선한 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 LCD TV 신화의 주역으로 글로벌 스타 경영인 출신이다. 정당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전혀 없는 ‘찐 신인’으로 기성정치인들과 다른 ‘참신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다만 현재 정치 지형에서 군소후보들이 빅2를 제치고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빅2’는 공약 경쟁으로 치고 나갈 수 있지만, 군소후보들은 인지도 싸움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강력한 제재 속에서 군소후보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더욱 어렵다고 평론가들은 입 모아 말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맹점”이라며 “돈 봉투를 주고받았던 과거 선거 문화 때문에 금지된 사항이 많다. 그나마 온라인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열렸지만,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신인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가가호호(한 집 한 집)’ 선거운동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미국의 경우 홍보자가 집집마다 방문해 자신을 알릴 수 있다. 부정선거에 대한 인식 때문에 당분간 이러한 방식이 도입되는 것은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짚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8인의 예비 경선 진출자 중 본 경선에 진출할 4인을 다음달 5일 발표한다. 이후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걸쳐 3월 4일 최종 후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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