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던 거를 말씀드리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저는 월세지원이랑 햇살론이 진짜 많이 도움이 됐고요. 전세는 너무 뜬구름 같은 정책이고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없어요. 차라리 전세를, 전세지원을 차라리 줄여서라도 월세지원 같은 걸 늘렸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빠르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월세 거주 청년 B)
문재인 정부의 주거사다리 정책 중 가장 아랫부분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다리 최하단에 놓인 저소득 청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 지원 상품이 부재하거나, 그나마 운영 중인 상품도 제대로 된 효과를 내고 있지 못해서다. 자금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는 자에게 올라갈 사다리는 없어 보였다. 실제 지난해 저소득 청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체 월세대출 상품의 총 집행 규모는 전세대출의 0.0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비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1인가구 65% 월세살이…월세대출 이용은 ‘저조’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워킹페이퍼 ‘1인가구 연령대별 주거취약성 보완방안’을 보면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 비중은 2005년 20.0%에서 2019년 30.2%로 10%p 넘게 늘었다.
이중 2030 청년가구가 크게 늘었다. 20대 1인가구 비중은 2005년 51.5%에서 2019년 73.2%로 뛰었고, 30대도 같은 기간 17.5%에서 33.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청년 1인가구 10명 중 3명(31.4%)은 월소득 30% 이상을 주거비로 내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조사됐다. 점유형태를 보면 월세가 65.5%로 가장 많았다. 이는 중장년 1인가구(51.1%), 노인 1인가구(27.5%)와 비교해도 비중이 컸다. 전국 일반가구(23%)보다는 3배 많은 수치다.
하지만 이들 청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비 지원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들을 위한 대표적인 주거지원 상품 중 하나인 월세대출의 경우, 상품이 전세대출에 비해 부족하거나 운영 중인 상품들마저도 제대로 된 효과를 내고 있지 못했다.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민달팽이유니온 운영)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주택도시기금의 보증금대출 지원과 월세대출 지원 간 2020년 지원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보증금대출 지원 가구수는 14만631가구로 집계됐다.
이중 금리가 가장 낮은 중기청대출의 지원 가구수(7만2756가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외 각 대출별 지원가구 현황을 살펴보면 ▲버팀목 3만9816가구 ▲청년버팀목 4035가구 ▲신혼부부 전용 2만4024가구 등이다. 이들에게 사용된 총 대출규모는 7조2850억원이다. 각 대출별로 사용된 금액을 살펴보면 ▲중기청대출 4조2575억원 ▲버팀목 1조5948억원 ▲신혼부부 전용 1조3772억원 ▲청년 버팀목 555억원 등이다.
반면 월세대출 사업의 지원 가구수는 전체 293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보증금대출 지원 가구수의 0.2%에 불과했다. 대출별 지원가구는 ▲청년보증부월세 16가구 ▲주거안정 월세대출 277가구 등이다. 이들에게 사용된 금액은 총 10억원으로, 이는 보증금대출의 0.01%였다. 대출별로는 ▲청년보증부 월세 2억원 ▲주거안정 월세대출 8억원 등이다.
보증금대출과 월세대출의 주요 지원대상의 소득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증금대출 지원 가구의 약 62%가 연소득 2000~4000만원 사이였다. 4000~6000만원 소득구간대도 13%를 차지했다. 반면 월세대출의 경우 이용가구의 77.5%가 연소득 2000만원 이하였다. 자금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대출이 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월세대출? 잘 몰라”
실제 지원 대상인 청년가구들에 있어서도 월세대출 지원 체감효과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민달팽이유니온 운영)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연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세 지원 정책의 인지 여부는 보증금 지원 정책보다 낮았다.
설문조사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이상~39세 미만 임차 가구 청년이다. 점유형태는 반전세 포함 월세 66.5%, 전세 33.5%다. 성별은 여성 61.5%, 남성 33.5%, 응답거부 3.0%, 논바이너리 2.0% 순이었다. 응답자의 거주 지역은 중구를 제외한 24개구에 분포하고 있다. 가구원수는 주민등록상이 아닌 실제 거주인수를 기준으로 조사했다. 1인(70.5%)과 2인(24.0%)가구가 전체의 94.5%였다.
응답자는 각 정책을 ‘전혀 모른다’ 1점, ‘잘 모른다’ 2점, ‘대충 알고 있다’ 3점, ‘잘 알고 있다’ 4점으로 평가했다. 평균점수인 2.5점보다 낮으면 모르는 비율이 높고, 이보다 높으면 정책에 대해 아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보증금 지원 정책의 경우 주택도시기금 버팀목전세자금대출 2.8점, 중소기업취업청년 보증금대출 3.1점, 청년전용 버팀목대출 2.7점 등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월세 지원 정책은 모두 평균인 2.5점보다 낮았다. 특히 월세대출 상품은 평균 2.2~2.3점으로 직접 지원인 주거급여나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대비 점수가 낮았다.
전문가들 “월세지원 프로그램 늘려야”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주거 지원 방안을 좀 더 다양화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1인 가구가 보편적 가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연령대를 비롯한 1인 가구의 주거취약 특성별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년 1인가구엔 경제적 자립·생애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주거급여를 넘어서는 주거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더 낮은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월세대출의 월 주거비 지원효과는 이론적으로도 마이너스이고, 수요자에게도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생은 전세 거주 비율이 낮기 때문에 월세 지원 정책의 효용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은행을 통해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하고, 해당하는 매물을 찾는 데 시간이 소요되므로 수요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월세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보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 월세지원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다른 정책에 비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책을 홍보하고 향후 이용 가구수가 누적되면 인지도가 향상될 것이라 판단된다”며 “전세보증금의 이자를 저리로 지원하는 것과 직접 월세를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같은 정책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같은 청년월세지원 정책의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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