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련은 ‘런 온’에서 주인공 오미주(신세경)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거인인 박매이 역을 맡아 활약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영화사 대표이자 후배에게 ‘쿨’하면서도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 선배로, 오미주뿐 아니라 ‘런 온’의 시청자에게도 “매이 언니”로 불린다. 내 삶에도 있었으면 좋을 법한 ‘언니’인 덕분이다.
“박매이는 정말 이상적인 캐릭터였어요. 제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동경하는 인물이기도 해요. ’런 온’은 제가 참여했던 드라마 중 가장 분량이 많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웃음) 코로나19로 지방에 계신 어머니를 자주 볼 수 없었는데, 어머니는 드라마로 제 얼굴을 보셨대요. 그런 면에서 뜻 깊죠. 배우로서 성과를 이야기하자면 한도끝도 없는 작품이에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마음과 마음을 교감하며 대사를 나누고 연기한 작품이니까요.”
색이 전혀 다른 인물을 다양한 얼굴로 표현하는 비결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바뀌는 덕분”이라고 답한 이봉련은 이번 작품에서 각별하게 호흡을 맞춘 배우 신세경에게 좋은 자극을 받으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파트너를 만나,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주와 매이의 조화가 시청자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다.
“미주와 매이의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까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이렇게 준비하는 게 맞나?’ 싶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정말 ‘케미’가 좋아 보이더라고요. 실제로도 신세경 배우와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연기하는 서로가 잘 맞으면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인물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신세경 씨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고 상대를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정말 사랑스러운 동생이에요.”
‘런 온’의 박매이 ‘스위트홈’의 명숙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총무부 미스김까지 이봉련은 분량과 상관없이 늘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을 끈다. 짧은 순간에도 인물의 서사나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이봉련은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면서도 “연기자로서 관객에게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느낌과 생경함이 동시에 남아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연기하는 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와 드라마에선 몇 년 사이 얼굴을 알렸지만, 연극과 뮤지컬에선 꾸준히 활동해 온 16년 차 배우다. 뮤지컬 배우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노래보다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방향을 전환했다. 연극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매체 연기도 자연스레 병행하게 됐다. 그는 최근 매체와 무대를 오가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관해 “누군가 아침에 일을 하러 가듯, 배우가 직업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는 저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하는 일이 됐어요. 그 자체가 동력인 셈이죠. 가끔 힘이 떨어져서 자신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에도 다른 사람의 연기를 봐요. 다른 연기자들, 다른 작품을 보면서 다시 동력을 얻는 거죠. 자신감을 잃고 주저 앉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해야만 하는 그런 일이에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조바심도 있었고,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잘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지금껏 해왔던대로 10년 정도 잘 지내서, 그때 다시 돌이켜 봤을 때 좋은 작품 활동을 했으면 한다”며 웃는 이봉련에게서 닮고 싶은 매이 언니의 얼굴이 보였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매이 언니 같은 존재가 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자주 봤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다면 내가 매이 언니 같은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이 되라는 응원의 메시지는 아녜요. 다만 내가 누군가에게 매이 언니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런 온'의 주제처럼 삶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이겨내야 하는 건 평생 멈추지 않는 일일 거예요.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누군가로 인해 치유하고 이 경험을 동력 삼아 계속 달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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