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이 기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3월 초로 예정된 최종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집안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금태섭’ 놓고 갈라선 박영선·우상호
‘남매 케미’를 보여주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을 놓고 충돌했다. 또다른 서울시장 후보인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뒤 ‘옛식구’다. 이후 당과 정권을 향한 쓴소리를 서슴치 않고 있어 민주당에게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금 전 의원을 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우리가 (금 전 의원을) 보듬고, 품이 넓은 민주당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금 전 의원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 의원은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에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박 전 장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달 23일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함께 민생현장에 방문하며 서로를 ‘누님’, ‘동생’으로 부르며 얼싸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러한 대립을 놓고 정치권에선 ‘전략차’가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여론조사에서 우 의원을 앞서고 있는 박 전 장관은 중도표심을 노린 ‘포용전략’을 구사했고, 지지층 결집에 우선순위를 둔 우 의원은 친문·진보진영 공략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입장 차는 정치 현안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 북한 원전 설치 의혹 등을 놓고 우 의원은 야권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으나 박 전 장관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이같은 두 사람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최종 후보 선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나경원 “10년 쉰 사람” vs 오세훈 “인턴시장”
야권의 집안 싸움도 볼만하다. ‘10년 전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립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칼을 숨기지 않으며 날선 언쟁을 주고받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선언부터 오 전 시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오 전 시장을 비유했다. 지난 2011년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에서 중도사퇴한 사건을 겨냥한 것이다.
오 전 시장도 지지않고 반격에 나섰다.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은) 업무 파악에만 1년이 걸릴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인턴 시장’, ‘초보 시장’이라고 칭했다. 자신의 재선 서울시장 경험을 들며 나 전 의원의 행정경험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나 전 의원은 “4선 의원, 야당 원내대표, 당이 어려울 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제가 10년을 쉬신 분보다 그 역할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받아쳤다. 또 영화 ‘인턴’을 추천하며 “인턴 로버트 드니로가 어떻게 위기의 회사를 구해내는지 오 후보에게 시청을 권한다”고 했다.
이러한 대립에 당 내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두 사람의 신경전에 대해 “선거전략으로 이목을 끄는 것은 좋으나 피로감이 들면 국민들이 마음을 거둬간다”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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