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차기 대선을 앞둔 여권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두 인사가 존재하지만 당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거듭되며 ‘정권 재창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제3후보’ 등판론이 힘을 받으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국무총리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 동반자라는 인정을 받으며 대선 유력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응으로 호평을 받으며 대중적인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여권에서 두 후보의 ‘위기론’이 거론됐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로서 특유의 신중한 태도로 호평받았지만, 대표로선 ‘악재’가 됐다. 대표 취임 직후 각종 현안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외려 입지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올해 초 꺼내든 ‘사면론’이 당 안팎의 비판에 둘러싸이자 리더십에 큰 상처가 생겨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았다.
이 지사는 당내 기반이 약해 본선 진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향한 친문(친문재인계)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탈당설’, ‘대선 경선 연기론’ 등이 거론되며 여권의 본격적으로 판 흔들기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지난 15대 대선 출마를 위해 신한국당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당내 기반 열세로 중도 포기를 선언한 박찬종 후보의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소환하기 위한 노골적 움직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25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지지율에 비해 이 지사의 위상은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 친문이 이분을 아직도 적자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사람들(친문)이 볼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김경수다. 김경수를 위해서 시간을 좀 벌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지사는 친노(친노무현)·친문의 적통을 잇는 후계자로 불린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김 지사에 대해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라고 평가하며 유력 대권 주자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본소득론’을 띄우는 이 지사를 직접 겨냥하고 나서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드루킹 댓글공작’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으며 사실상 대권가도에서 멀어졌다는 해석이 있지만 가능성은 여전하다. 진 전 교수는 “이 지사도 대법원서 (판결이) 엎어졌다. 현재 대법원장은 김명수”라며 “(친문이) 거기에 기대하는 바가 좀 있는 것 같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주목받는 또 다른 주자다. 지난달 11일 유 이사장이 올린 ‘사과문’이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2019년 12월 검찰에서 노무현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의 사후를 지켜주고, 현 권력층들을 케어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을 해 왔고 계속해서 친문 활동을 해온 한 사람, 유시민이 ‘내가 있습니다’라고 나선 것 아닌가”라며 유 이사장이 대권 준비에 나섰다고 추측했다.
여의도 일대에서 유 이사장의 ‘대권 도전’을 지지하는 서명이 돌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지난 16일 ‘민영삼 배승희의 따따부따’ 유튜브 방송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무너진 뒤로 유시민 이사장을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유 이사장 추대 서명이 여의도를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 이사장은 지금까지 제기된 ‘정계복귀설’에 대해 극구 부인해왔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대권 도전론’을 거론하자 “홍 전 대표와 선거판에서 볼 일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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