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반짝스타’일까.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사례가 언급되지만,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검찰개혁을 놓고 정권과 대립을 이어온 끝에 직을 내려놨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야권 대선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정계 진출을 선언하자마자 여야 전체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다. 윤 전 총장 퇴임 직후 처음으로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TBS 의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4%의 지지를 받으며 오차범위 밖 1위(이재명 경기도지사 24.1%,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14.9%)를 차지했다. 조사는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다른 조사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6~8일간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은 29.0%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내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24.6%, 이 대표는 13.9%를 기록했다. 보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윤 총장의 지지율(한길리서치)은 ▲11월 24.7% ▲12월 28.2% ▲1월 23.8% ▲2월 20.3% ▲3월 29.0% 순의 추이를 보였다. 추 전 장관과 갈등 최절정기였던 지난 12월(25.8%) 최고점을 경신한 뒤 하락세가 두 달 동안 지속됐다. 지난 1월 조사에선 이 지사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 자리를 내줬고 2월 조사에선 오차범위 밖으로까지 벗어났다. 그러나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하며 다시 선두의 자리를 찾아왔다.
이러한 소식이 들리자 여권에선 견제구를 날렸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반짝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8일 TBS 라디오 ‘이승원의 명랑시사’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1위에 대해 “총장직 사퇴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일종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라고 평가절하했다.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퇴장한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 의원은 “과거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고 전 총리나 반 전 총장도 공직에 있을 당시 높은 인기와 지지율을 구가했는데 당장 정치 행보에 뛰어들자마자 검증이 시작되면서 중도에 사퇴할 정도가 되지 않았느냐”며 “후광효과가 본격적인 정치무대에 들어서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2017년 대선 당시 지지율이 30%대를 넘어서는 등 대중적 지지를 받았으나 21일 만에 하차를 결정했다. 고 전 총리도 2007년 대선에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와 맞설 유일한 후보로 등장했으나 출마를 포기했다. 날카로운 검증의 날을 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모호한 정체성도 중도하차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앞선 두 사람과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 전 총리와 반 전 총장은 온실에서 산 분들”이라며 “아주 따뜻한 온실 속에서 자란 분들인데 비바람 속에 나오니 야생에서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총장에 대해선 “풍상을 겪으면서, 심지어 징계까지 받으면서 갑작스럽게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며 “반 전 총장과 고 전 총리와는 궤를 같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행정관료(고건), 외교관(반기문) 출신인 두 사람과 달리 검찰 출신인 윤 전 총장이 정치권의 집중공세를 버틸 ‘맷집’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신 교수는 “(윤 전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며 입지를 다진 사람”이라며 “순탄하게 경력관리를 해 온 사람과 투쟁으로 자리를 위치한 사람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위치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달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1년 남은 대선까지 윤 전 총장이 승기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사퇴 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며 문재인 정권을 겨누고 있다. 일각에선 윤 전 총리가 4·7 재보궐선거 전까지 정세를 관망한 뒤 정치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