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작성하던 도중 눈에 박 후보의 파란색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 운동화는 찢어져 있었다. 이를 재빠르게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박 후보가 그동안 열심히 거리를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미 박 후보의 찢어진 운동화가 사진으로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했다는 생각은 이내 곧 ‘이미지 관리였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오이를 팔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흙오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과거 한나라당 소속으로 대선에 도전했던 이회창 후보는 당시 재래시장에서 흙 묻는 오이를 씻지 않고 그냥 먹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김현미 부대변인이 서민들은 오이를 씻어 먹는다고 맹비난했다.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려다 보니 실수를 한 셈이었다. 이른바 이 후보가 ‘서민 코스프레’를 하다가 된통 걸린 꼴이 됐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시각적인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정치인들이 옷과 신발, 넥타이 등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다. 이미지 전략가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 중 시각 정보가 55%나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 의원은 “보여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아주 전략적이거나 자연스러워야 한다”며 “보여주고자 하는 걸 그냥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잘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얼마 전 헤져서 쓰레기통에 버린 운동화가 생각났다. 더는 신기에 불편했던 탓이다.
반면 박 후보는 찢어진 파란색 운동화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신고 마지막 날까지 선거운동을 했다. 흙오이와 그날의 파란 운동화가 겹쳐 보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듯하다.
그 파란 운동화가 얼마짜리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일부러 신고 다닌 것이었다면 그 전략은 실패했다. 이미지는 있었지만 스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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