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탈모 환자들 사이에서 탈모 진행을 막기 위해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위법이며 환자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 대신 복용하는 탈모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탈모 프로스카’를 검색하면, 탈모 진행을 늦추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프로스카를 복용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약인 프로스카를 환자가 임의로 5등분으로 조각내, 하루에 한 조각씩 복용하는 방식이다. 커터칼이나 알약 절단기 등 약을 쪼개는 데 활용하는 도구, 약을 정확히 5등분 하는 요령 등은 이미 탈모 환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한 정보다.
프로스카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허가된 약이다. 프로페시아는 탈모 치료제로 허가됐다. 두 약품은 모두 MSD의 제품이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성분명도 ‘피나스테리드’로 동일하지만, 함량은 다르다. 피나스테리드가 5mg이면 프로스카, 1mg이면 프로페시아다. 프로스카 1정을 정확히 5등분 하면 프로페시아 5정이 되는 셈이다.
탈모 환자들이 탈모 치료제 직접 조제에 나선 이유는 비용 부담 때문이다. 프로스카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만, 프로페시아는 비급여 약이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프로스카의 적응증인 전립선 비대증은 급여 대상이다. 하지만 프로페시아의 적응증 탈모는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비급여 대상이다.
급여 적용 여부가 갈리면서 두 약의 가격 차이도 크게 벌어진다. 프로스카의 1정당 가격은 727원이다. 1일 1정 복용으로 30일치를 처방받으면, 약가 2만1810원에 조제료가 합산돼 총약제비는 3만4240원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가 부담할 금액은 총약제비의 30%인 1만200원이다. 1정을 5일동안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5개월치 약을 만원 내외로 구입한 것과 같다. 반면 비급여 약품인 프로페시아는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다. 1일 1정 복용 기준 30일치 약의 가격은 5만원 내외다.
문제는 이 같은 편법 처방이 명백한 위법이라는 점이다. 의료법 제22조 3항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의사가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탈모 환자에게 프로스카를 처방하는 것은 불법 행위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정당하게 처방받은 프로스카를 탈모 환자에게 제공했다고 해도 불법이다. 약사법 제44조는 원칙적으로 약국 개설자인 약사 또는 한약사가 정해진 장소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의약품 판매 자격이 없는 개인들이 의약품을 거래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의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고시에 따르면 약을 허가 사항과 다른 목적으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대체할 약이 없어야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중에 출시된 탈모 치료제가 있으므로 심평원이 프로스카를 탈모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허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약사의 적절한 복약지도를 받지 않고 임의로 약을 변형해 복용하면, 이후에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조속한 대처가 어렵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건강에 이상이 생긴 원인으로 약을 의심하기 어렵고, 복용을 중단하지 않아 부작용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나스테리드는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여성이 이 약에 노출되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적인 경로로 처방받아 의사와 약사의 지도 하에 복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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