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불가리스가 왜 조롱의 대상이 됐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달은 ‘남양유업 심포지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은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을 열고 불가리스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며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 코로나19 바이러스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발표의 주요 골자였다.
다만 효과 검증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남양유업 심포지엄 내용이 퍼지자 같은날 질병관리청은 남양유업 심포지엄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특정 식품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하지만 남양유업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이같은 검증이 누락됐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신뢰성 부족이라는 정부 발표도 천리 간다는 발 없는 말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질병관리청 발표가 있고난 뒤 이튿날에도 장바구니에 불가리스를 담은 소비자들이 많았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불가리스 일시 품절 사태도 벌어지기도 했다. 심포지엄 발표 하루 뒤인 14일(오전 10시 기준)에는 전날보다 12.63% 오른 42만8000원에 남양유업 주식이 거래되기도 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심판대 위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당사가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고발 조치했다. 학술목적의 심포지엄은 광고로 보기 어려운데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제품 홍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대표 발표자로 나선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남양유업의 미등기이사로 알려졌다. 박 소장은 지난 2010년 ‘불가리스 20’s true’가 출시될 때 남양유업에서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남양유업은 영업정지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식약처가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 생산공장 2개월 영업정치 행정처분을 세종시에 의뢰한 것. 해당 처분은 업체의 판매뿐 아니라 생산과 수출까지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최고 처벌 수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는 내달 3일까지 남양유업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소비자 오인을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남양유업 16일 공식입장.) 시장에 지대한 혼란을 일으킨 발효유 시장 1위 기업의 사과는 생각보다 심플했다. ‘이윤추구활동 외 기업이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부른다. 기대가 높았던 걸까. 코로나19 4차 유행을 목전에 둔 현재, 남은 건 소비자 혼란뿐이다. 국민의 절박함을 이용한 마케팅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마케팅 목적이라면 일부분 성공한 측면도 있다. 분노한 소비자들 머리에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찍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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