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노조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년 동안 80여명의 IT직원 중 11명의 직원이 이직했다. 직원 이탈 움직임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노조는 박재식 회장의 비상식적인 인사관리, 직원들의 불신과 두려움을 야기하는 윽박지름과 호통경영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난 2월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실 내부에 업무보안 등을 이유로 회장실 내부에 녹취 방지를 위한 기계장비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는 업무 보안을 위해 녹취방지 장치를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2월 실무진 차원에서 장비 설치를 건의해 설치된 것”이며 “타 업권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을 갖추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정말 중앙회의 해명처럼 다른 금융업계 CEO들도 녹취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있을까?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금융투자협회, 생·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타 금융협회들과 일반 금융사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문의한 결과 모두가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그런 일이 있냐고 황당하다는 감상까지 들려줬다. 사측의 문제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하는 노조 관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전달했지만, 노조마저도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중앙회장실에 설치된 녹취방지 장치에 대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했다. 외부인이 해당 사건을 보면 황당한 이야기지만, 중앙회 내부 임직원들에게는 회장이 직원들을 불신하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녹취방지장치’라는 것이다.
박 회장이 정말 노조가 주장한대로 직원들의 두려움을 야기하는 윽박지름과 호통경영을 이어가는 것은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녹취방지장치의 실존은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을 반증하고 있다. 단순히 보안을 위해 설치했다는 중앙회의 해명이 무색해질만큼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 회장실에 설치됐던 녹취방지장치는 철거됐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중앙회는 기획본부장의 명의로 경영진을 대신해 유감의 말을 전하고,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만 녹취방지장치를 설치했다가 일주일만에 다시 철거했다는 ‘헤프닝’ 만큼은 그대로 남아있다. 중앙회 임직원들에게 ‘비극’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지울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저축은행중앙회에게 남은 마지막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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