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고유예도 프리패스?… 도쿄 패럴림픽 선수단장 선임 절차 논란

[단독] 선고유예도 프리패스?… 도쿄 패럴림픽 선수단장 선임 절차 논란

장애인체육회, 도쿄 패럴림픽 선수단장에 주원홍 회장 선임
‘부실’ 검증 절차… 박수만 치고 끝난 이사회
문체부 “주 회장 이력 공식 보고 받은 바 없다”

기사승인 2021-07-26 06:00:02
도쿄 패럴림픽 선수단장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도쿄 패럴림픽 D-100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최기창‧김은빈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2020 도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대표팀 선수단장에 관한 관심도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벌금 200만원형 선고유예’를 받은 인물이 패럴림픽 선수단장 자리에 올라 논란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검증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패럴림픽 선수단장 선임 과정에서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5월12일 패럴림픽 선수단장에 주원홍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선임 절차는 내부 실무진 회의 뒤 협회장의 결재를 거쳐 이후 이사회에 보고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최종 보고기구인 이사회에서는 주 회장의 선임 안건에 대해 박수만 치고 끝난 것으로 파악됐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장애인체육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진완 장애인체육회 회장은 5월31일 잠실 롯데타워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주 회장의 선임에 대해 이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재적 이사들의 반대나 이의제기는 전혀 없었다. 그러자 정 회장은 “그럼 우리 단장을 박수로 환영해달라. 이렇게 열렬하게 박수로 환영해서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겠다”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물론 대한장애인체육회 최고의결기관인 총회에서도 해당 안건은 다뤄지지 않았다. 

패럴림픽과 장애인체육회를 관리‧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해당 인사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패럴림픽 선수단장 선임은 장애인체육회의 소관이다. 최종 보고만 받았다”고 밝혔다.

적절치 않은 인물이 패럴림픽 선수단장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이를 걸러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문제는 주 회장이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재직 당시 공금 8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형 선고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스포츠공정위에 따르면 주 회장은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기부채납을 추진하면서도 정부 승인 및 이사회, 총회 의결 없이 30억여원을 차입해 정관을 위반한 혐의로 2016년 9월13일 제명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테니스계 후배를 때린 혐의로 피소된 사실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2016년 3월2일 주 회장이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고 밝혔다. 경찰서에 따르면 정모씨는 송파구의 한 노래방에서 주 회장으로부터 허벅지를 발로 맞았다는 내용의 고소장과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서를 경찰 측에 제출했다. 그러나 고소인은 나흘만인 6일 소를 취하했다.

주원홍 도쿄 패럴림픽 선수단장(왼쪽)이 지난 5월17일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D-10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올림픽‧패럴림픽 선수단장의 의미를 고려하면 논란이 예상된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한 지도자는 지난 8일 “선수단장은 전체 선수단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는다. 장애인 스포츠단이 국위선양에 일조하는 만큼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한 체육계 인사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패럴림픽 선수단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다. 대외적으로 큰 행사인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논의 과정 없이 박수만 치고 끝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체육회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체육회는 주 회장이 가맹단체장(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출신이기 때문에 패럴림픽 선수단장 선임 시 별도의 검증 절차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운영규정상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가맹단체 회장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미 검증된 분을 선임했기 때문에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패럴림픽 선수단장 선임 건은 총회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체부 측은 “주 회장이 어떤 이력이 있는지 장애인체육회에서 공식적으로 보고 받은 게 없다. 파악한 후 입장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주 회장은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회장이 그동안 장애인체육회에 대한 공로가 있고 회장을 지냈던 분들 중 선임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그 요건에 제일 잘 맞는다며 정 회장이 부탁해서 선수단장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죄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벌금 200만원형도 아니고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요건에 충족하니까 단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선고유예를 받았다고 선수단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 회장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영구제명 된 이후 체육계로 돌아올 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주 회장은 “제가 체육계로 돌아올 때 안 의원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안 의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저를 서울시체육회 부회장으로 추천한 건 보궐선거 당선 직후다. 복귀할 땐 안 의원의 영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mobydic@kukinews.com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최기창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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