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첫날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고평가 논란에 기름이 부어진 양상이다.
3일 크래프톤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일차 일반청약 마감 통합 경쟁률은 2.79: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총 1조8017억원으로 집계됐다. 크래프톤 일반 청약 마감은 이날 오후 4시, 상장일은 오는 10일이다.
공모주 청약의 경우 통상 마지막 날에 증거금이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더 경쟁률이 낮은 곳을 노리기 위해서다. 다만 크래프톤의 경우 앞선 대어급 공모주들의 기록을 깨기는 어려운 양상이다. 중복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음에도 첫날 경쟁률과 증거금이 현저히 부진해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22조2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14조1000억원) 등은 청약 첫날부터 10조원 이상의 증거금을 기록했다. 중복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도 12조원을 넘겼다.
첫날 성적 부진에는 공모가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49만8000원이다. 10주 청약을 위해 필요한 최소 증거금은 총액의 50%인 249만원이다. 대표주관사를 포함해 공동주관사인 NH투자증권, 인수단인 삼성증권 3곳에 모두 청약을 넣기 위해서는 총 747만원의 증거금이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고평가 논란도 청약 부진에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크래프톤은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40만~49만8000원으로 재조정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앞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243:1로 다른 공모주들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모가 밴드 하단인 40만원 이하를 제시한 기관 비중이 20.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정 이후에도 고평가 논란은 계속됐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24조원대에 달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매출이 배틀그라운드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표작 외에는 뚜렷한 캐쉬카우가 없다. 아무리 시장에서 게임주를 유망하게 본다 해도 기업가치가 신작을 쏟아내는 다른 회사들보다 비싸게 책정이 됐다.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고평가라는 반응이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밸류에이션 자체가 비싸다는 불만이 아니다"라며 "코로나 시대 디지털, 온라인, 언택트, 플랫폼주에 대한 파격적인 인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상장 직후 혹시 모를 주가급등 가능성까지 감안할 때 상장 시점 또는 직후 투자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가로서는 꽤 타이트하다는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장 후 유통시장에서의 추가 투자 여부는 상장 직후 주가 셋업 패턴에 따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상장 직후 급등이 아닐 경우 연말 '배틀그라운드: NEW STATE' 론칭 일정을 주시해 신작 모멘터을 겨냥한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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