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악마판사’로 새 진로 찾았어요” [쿠키인터뷰]

김재경 “‘악마판사’로 새 진로 찾았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08-24 07:00:04
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김재경. 나무엑터스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어느새 9년 차다. 김재경은 지난 2009년 그룹 레인보우로 데뷔해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배우로서도 뜨거운 불꽃을 피워내고 있다. 연기 방향성은 오랜 기간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숙제였다.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어 골몰했다. 그에게 지난 22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악마판사’는 새로운 나침반이 됐다. 

최근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김재경은 ‘악마판사’를 두고 “내 방향성을 고민하게 해준 좋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인터뷰에서 ‘고민’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해 보였다. ‘악마판사’에서 연기한 오진주 판사는 그가 맡은 첫 법조인 캐릭터였다. 주변을 수소문해 실제 판사들을 만나 캐릭터에 살을 더했다. 젊은 판사 오진주는 김재경을 통해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로 완성됐다.

“오디션을 보기 전에 판사님들을 만났어요. 판사가 어떤 직업인지, 출근 후 일상은 어떤지 인터뷰를 나눴어요. 처음엔 판사니까 막연히 (오)진주가 오피스텔에 살며 자가용을 타고 다닐 거라 생각했는데, 진주와 같은 연차인 판사 연봉을 듣고 나서 제 상상 속 진주의 삶을 재정비하게 됐죠. 부장판사와 좌·우배석 판사도 실제론 수평적인 관계래요. 그래서 극 중 강요한(지성), 김가온(진영)과 소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려 했어요.”
tvN ‘악마판사’ 스틸컷. 나무엑터스, tvN ‘악마판사’ 제공
극 중 오진주는 활달한 성격의 판사다.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의 라이브 법정 쇼라는 가상 세계관을 배경으로 둔 ‘악마판사’에서 오진주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김재경의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도드라지지 않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장면마다 자신의 연기 톤을 돌아봤다. 극의 흑막인 사회적 책임재단 상임이사 정선아(김민정)와 손을 잡는 모습 역시 많은 고민을 거쳐 탄생했다.

“진주는 극에서 분위기를 바꿔주는 캐릭터예요. 과해 보이지 않되 일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게 표현하려 했죠. 진주는 판사 일에 정말 진심이거든요. 일에 대한 열정을 활기찬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 후반부에서 선아의 편에 선 것도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거든요. 진주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판사로서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놓지 않고 표현하려 했어요.”

늘 밝은 캐릭터를 연기한 그에게 ‘악마판사’는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하는 기회가 됐다. 오랜만에 선보인 신작이기도 했다. “평소에 포기가 빠른 편이지만 이번 작품은 바닥을 치더라도 끝까지 고민해보자는 목표를 가졌다”고 강조한 그는 지성과 진영, 김민정 등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 감사함을 표했다. 극에서 오진주가 강요한을 무한히 존경하는 것처럼, 지성은 김재경에게 완벽한 롤 모델이 됐다.
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김재경. 나무엑터스 제공
“극에서 진주에게 요한은 정신적 지주인데, 지성 선배님과 연기하다 보니 진주가 요한을 보듯 제가 선배님을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현장을 통솔하는 카리스마부터 모두와 소통하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저 역시도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이 작품으로 가장 크게 얻은 배움이라고 할까요? 지성 선배님이 곧 제 진로가 됐어요.”

스스로를 “포기가 빠른 편”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연기에서 포기란 없다. 어떻게든 고민을 붙잡고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당차고 뜨거웠다. “늘 미래지향적으로 살다 언젠가부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사람이 됐다”며 은은히 웃었다. 김재경은 현재에 몰두하며 연기 생활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결심의 계기 역시 ‘악마판사’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새로운 진로를 선물해주고, 연기 갈증을 배가시킨 고마움으로 남았다.

“이전까지 저는 밝은 느낌만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이번에 어두운 극과 밝은 캐릭터를 조화롭게 보여드리려고 해보니, 그동안 비슷한 캐릭터만 한 것 같다고 느꼈어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욱 많이 생겼어요. 작품과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씩 확장하다보면 표현력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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