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집에 들러 어머니와 근처 마트에 들렀다. 계란과 쌀, 콩나물, 감자, 당근 등 필요한 것이 많다고 했다. 가격이 오른 것만 꼽아 봐도 지난해 5000원 언저리였던 계란 30개가 8990원이었다. 5만원 초반대였던 쌀 20kg도 6만원이 됐고, 보리 등 잡곡류도 가격이 오른 그대로였다. 시금치 한 팩은 6000원 가까이나 됐다.
사과 등 과일 몇 가지와 과자, 라면, 즉석식품 등등까지 장바구니에 담다보니 가격은 어느새 십 만원을 훌쩍 넘겼다. 담은 게 몇개 없다 생각했는데 잘못 계산했나 싶어 영수증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어머니 입에서 “자고 나면 다 올라있다”는 한숨이 나왔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리터당 1652원을 가리켰다. 올해 초만 해도 1400원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 이렇게 올랐는지 새삼 놀랐다. 곧 겨울이 오면 난방도 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9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생산자물가지수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라는 말은 남일이 아니었다. 항상 재난은 약자의 어려움부터 들춰낸다.
화요일 출근 후 처음으로 본 뉴스는 ‘밥상 물가’가 크게 오르며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월 100만원 정도를 버는 소득 최하위권 가구가 지난 1년 새 벌이는 6만원이 줄고, 소비는 7만원 늘었다고 한다. 과소비를 한 게 아니라, 밥상물가가 오르면서 ‘집밥’을 먹는 데 월 24만원이 넘는 돈이 빠진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가 지난 2분기에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에 지출한 월평균 금액은 24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 늘었다.
경제주체는 보통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인다. 하지만 대표적인 필수 지출 항목인 식료품·비주류음료는 물가가 올라도 절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비슷하게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지출액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물가 방역’이 시급하다고 외치는 게 요즘이다. 그동안 국가 역량이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만 집중되어 정작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물가’는 놓쳤던 건 아닐까.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현금 지급 등의 수단들이 쉽게 거론되었던 것 역시 물가 상승과 무관치 않았다는 것도 씁쓸한 점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물가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가격’은 항상 민감한 사항이다. 최저임금부터 국제유가까지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가격 인상 요인이 합당한지 소비자 단체와 연계해 면밀히 살피고 타당한 이유 없이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선별해 식재료비 부담 완화 등의 대책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정치권도 현장을 돌아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대선이라는 권력이동을 배제하고 이해 관계를 뛰어 넘는 협력이 필요하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 삶을 돌보는데 있음을 잊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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