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통문’ 123년 후… 월급은 여전히 ‘남성의 60%’

‘여권통문’ 123년 후… 월급은 여전히 ‘남성의 60%’

[여권통문 유효기간 123+a] ② "어찌 사나이가 벌어주는 것만 먹으며 평생 절제 받는가"

기사승인 2021-09-01 06:43:28
<편집자주> 9월1일은 한국 여성인권운동사를 기리는 법정기념일 ‘여권통문의 날’이다. 1898년 9월1일 서울 북촌에서 300여명의 여성이 연대해 쓴 국내 최초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이 발표됐다. 여성도 정치에 참여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며, 가사노동은 여성의 운명이 아니라는 선언이 여권통문에 담겼다. 123년 전 여성들이 호소한 △참정권 △경제권 △평등권은 2021년 여성들에게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①‘여권통문’ 123년 후… 정치는 여전히 ‘남성 독과점’
②‘여권통문’ 123년 후… 월급은 여전히 ‘남성의 60%’
③‘여권통문’ 123년 후… 가사노동 여전히 ‘독박·공짜’

이미지=한성주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손과 발, 눈과 귀에 남녀의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사나이가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 그의 절제를 받으며 사는가.’(여권통문 원문 발췌)

여권통문을 쓴 1898년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을 결심했다. 임금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지고, 자유로운 경제 주체로 활동할 권리를 인식한 것이다. 

50년 뒤 1948년부터 우리나라 여성의 임금 노동이 본격화했다. 관영 사업체를 중심으로 저숙련 생산직에 여성이 충원됐다. 1948년 정부에서 실시한 ‘남조선 노동통계 조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총 22만3030명 가운데 여성은 4만268명으로 18% 수준이었다. 이들의 83.1%는 ‘직공’으로 분류됐다. 남성 근로자의 구성은 직공 63%, 사무원 13.6%, 기술자 6.3% 등으로 여성에 비해 다양했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상당했다. 해방 직후 노동자들의 임금은 엔화로 지급됐는데, 공업 부문에서 여성 근로자의 인당 평균 임금은 1개월에 2873엔(한화 3만333원), 하루 일당은 118엔(1245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남성 근로자의 인당 평균 임금은 1개월에 4453엔(4만7015원), 하루 일당은 181엔(1911원)으로 집계됐다. 여성 근로자의 월급은 남성 근로자의 64.2%, 일당은 65.4% 수준이다.

다시 70년이 흐른 현재 여성들은 다양한 일자리와 충분한 임금에 다가섰을까. 여성 일자리는 고용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상용근로자의 비중은 48.7%로, 남성(55.2%)보다 6.5%p 낮았다. 임시근로자 비중은 여성(24.9%)이 남성(12.1%)보다 12.8%p 높았다. 올해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246곳의 전체 임원 3만2205명 중 여성은 5.2%(1668명)으로 파악됐다.

여성 임금은 여전히 남성의 60%대에 그쳤다.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평균은 1만6358원으로, 남성(2만3566원)의 69.4%에 불과했다. 시간당 임금 평균은 남성정규직(2만5127원)이 가장 높았다. 여성정규직(1만7565원)과 남성비정규직(1만7538원)이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으며 여성비정규직(1만3417원)이 가장 낮았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남성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360만원으로 여성(236만원)의 약 1.53배였다. 남성 임금은 14만원(3.9%), 여성 임금은 11만원(5.1%) 오르면서 성별 격차는 전년 대비 2만원 증가한 124만원을 기록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여성 근로자 수가 아무리 증가해도, 인식의 개선 없이는 이들의 지위와 처우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노동력은 남성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임금이 낮은 직종으로 몰리게 된다”며 “여성의 역량과 잠재력이 사회적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의 경제활동이 자유롭고 경력단절 문제가 해소된다고 해도, 남성 중심 사회에 고착화된 여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지 않으면 성별 임금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 도움: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모윤숙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제5차 근로환경조사>, 여성가족부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한국노동연구원 <근로 여성 50년사의 정리와 평가>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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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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