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지난주 검찰에서 우편을 받았다. 제목은 ‘피의사건 결정결과 통지서’였다. 내용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거기엔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라고 쓰여 있다.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추석 즈음이다. 기사 때문이었다. 이른바 ‘허위사실 유표에 의한 명예훼손’이었다.
형사 피소는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고소장’ 정보공개 청구를 해봤다. 한참 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운전면허증 재발급 이외에는 갈 일이 없었던 경찰서에서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머물렀다.
경찰 조사도 받았다. 생각보다 복잡했다. 간단한 신상부터 사건 내용에 관한 의견 진술까지 해야 했다. 마지막엔 지장도 찍었다.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지장을 다시 찍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찰의 ‘혐의없음’ 통보 이후 불복으로 인해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간 일도 있다.
사실상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1개월. 그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비리 의혹 기사를 왜 써서 고생을 사서 할까’라고 자책하기 일쑤였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매일매일 생각이 바뀌었다.
다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형사 피소 이후 기사를 쓰는 게 더욱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정치권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큰 화두였다. 당시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짜뉴스가 큰 문제다. 나도 당해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상적인 기사를 쓰는 여기 있는 기자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설득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민주당이 던진 안에는 ‘입막음용 소송’에 관한 처벌이 없다. 언론의 의혹 제기를 단순히 ‘가짜뉴스’로만 취급하는 행태에 관한 반성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손해배상은 민사여서 위에 언급한 형사소송과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입막음용 소송은 형사와 민사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기사는 ‘가짜뉴스’ 취급을 받는다. 약 11개월 전에 작성 한 그 기사 역시 그동안 가짜뉴스 취급을 받았다.
언론개혁의 방향성에 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다. 다만 ‘입막음용 소송’에 관한 점검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자들의 ‘깡’이나 ‘의협심’에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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