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지난 9월 헝다그룹 사태와 미국 인플레 우려 등 대외 불안요인으로 국내증시가 혼조세를 보였다. 플랫폼 기업 규제 리스크가 강화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카카오·네이버 주가급락
지난달은 카카오와 네이버를 대거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시련의 시기였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우려가 심화되면서 사업 타격에 대한 우려로 주가 내리막이 시작됐다. 지난 8월 15만원선을 넘나들던 카카오 주가는 하락이 지속되며 지난 한 달간 23% 내렸다. 네이버는 11% 하락하며 비교적 낙폭이 덜했다. 두 회사의 전날 장 마감 기준 종가는 각각 11만8000원, 38만8000원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독과점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대기업이 계열사를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상생이 아닌 무리한 성장에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 사업 성장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규제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두 회사의 주가 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헝다그룹 디폴트 위기
지난달 추석 연휴기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 그룹 파산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 규제의 일환으로 대출 회수에 나섰고, 이에 대출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부동산 사업을 진행해온 헝다그룹이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헝다그룹이 채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면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 충격이 확대되어 제 2의 리먼사태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졌다.
추석연휴 직후 채무 관련 납부를 정상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며 수습에 나섰던 헝다그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29일에 예정됐던 채권 이자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그룹 디폴트 우려는 여전히 높으나, 중국 정부가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위기감은 한결 낮아진 양상이다.
#빚투 25조, 대출 폭증에 관리 나선 당국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개미들의 빚투(빚내 주식투자)가 지난해 3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3.9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이후 신용거래융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25조원대를 기록했다. 빌린 돈을 약정한 투자 만기까지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로 매도당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지난 8월 기준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이 84억원에 달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험성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도 관리를 주문했다.
#개인공매도 증가, 빌릴 수 있는 기간 늘어난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증가한 반면, 기관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매도 재개 이후(5월3일~9월17일)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10억원(코스피 79억원, 코스닥 31억원) 수준이다.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총 공매도 대금에서 개인투자자 공매도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9%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 관심이 늘면서 투자기법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증권사와 대여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연내에 기존 19개사에서 28개사로 늘리고, 내달 1일부터는 차입기간을 90일로 연장한다. 대여 만기가 올 경우 추가 만기 연장도 가능해진다.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발작
지난달 말 미국 국채금리 상승 불안으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2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국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헝다 사태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에 금리까지 불안정해지자 투자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장중 1.5%대까지 뛰어오르며 불안을 자극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가 강세를 타고 신흥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발 이슈가 국내증시에도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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