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에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출자금과 사업비용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에서 AMC(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가 적은 출자금(자본금)으로 1000배가 넘는 투자수익을 거뒀다는 내용은 사업 매커니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PFV는 일반 기업이 아닌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수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명목회사(페이퍼 컴퍼니)이기에 실제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는 서류상에 회사다.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 운영은 AMC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즉 AMC는 사업의 실질운영주체로서 일반적인 기업처럼 상근 임직원을 채용할 수 있거나 토지매입을 위한 자금조달 등에도 참여한다.
게다가 화천대유의 네임밸류를 거론한 것도 실소가 나오는 부분이다. 화천대유는 일반적인 시행사가 아닌 특수한 사업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SPC(특수목적법인) 성격에 불과하다.
이번 논란은 각종 정관계 인사들이 참여한 비리온상이기 이전에 PFV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부동산시행)가 적은 자본금으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대규모 도시개발에서 자주 활용되는 금융기법이다. 이는 국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PFV를 설립 요건이 한국 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미국에서 PFV를 설립하려면 막대한 초기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초기 사업을 위해 필요한 출자금은 전체 사업비에 20~30% 이상을 차지한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화천대유와 같은 적은 자본금을 보유한 세력이 개발 사업에 참여할 여지는 원천적으로 차단됐을 것이다.
A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에 혜택을 주는 PFV의 구조적인 사업 구조는 큰 문제는 없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이해관계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낸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건실한 부동산 디벨로퍼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PFV를 통한 도시개발사업은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한시적인 조직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사업 관리가 어렵다. 즉 대규모 개발사업의 추진과 운영까지 책임질 수 있는 주체(부동산 시행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의 시행 주체는 대부분 개발 후 수익에만 치중하고 있다. 사업완료 후 자산관리와 운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나 그 이해 관계자들이 막대한 수익에만 집중한 것도 이러한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만약 부동산 시행사로서 개발→보유→운영의 균형적인 사업체계를 갖춘다면 개발사업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시선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