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모를 땐 ‘FAST’ 기억해야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뇌에 일격이 가해진다’라는 뜻을 가진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뇌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서 발생하는 것이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라고 하고,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뇌출혈의 비중이 더 높았으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뇌경색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로, 전체 뇌졸중의 약 80% 이상이 뇌경색으로 나타난다.
뇌졸중은 그 어떤 질환보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사망 위험이 높고, 살더라도 의식장애, 언어장애, 편측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머리를 직접 여는 수술은 이미 뇌경색이 진행돼 한쪽 뇌가 부어서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감압을 위해 두개골을 열어주는 것으로,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뇌졸중의 혈관내 치료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골든타임 시간이 연장되고, 치료 예후도 개선되고 있다. 김병준 고려대 안암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42.6명으로,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4위를 차지한다. 2010년만 해도 전체 사망원인에서 뇌혈관 질환이 암에 이어 2등이었는데 최근 4등으로 내려왔고, 현재까지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인 뇌경색의 표준치료법은 정맥으로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큰 혈관이 막혔을 때, 즉 혈전 양이 많은 경우에는 혈전 용해제에 잘 반응을 하지 않고, 전신으로 약을 투여하기 때문에 출혈성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혈전 용해제는 4.5시간 내에 투여를 해야 해서 환자가 조금만 병원에 늦게 도착하면 치료를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힌 동맥 부위에 직접 기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기계적 혈전제거술)이 개발되면서 표준치료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6년까지 8년 사이에 기계적 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는 869명에서 2614명으로 300% 가까이 증가했다. 환자 치료 결과를 살펴보면, 2008년 기계적 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들 중 퇴원하는 비율은 35.8%였으나, 2016년에는 43.8%로 높아졌다.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36.8%에서 21.7%로 감소했고, 3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비율도 27.2%에서 19.7%까지 감소했다. 또 기계적 혈전 제거술은 머리나 얼굴 등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허벅지 위에 있는 대퇴 동맥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적 혈전제거술은 혈관이 막힌 지 얼마 되지 않아야 시술 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 시술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큰 혈관이 막힌 지 얼마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치료 가능 시간대가 다르긴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24시간까지는 시술이 가능하다”면서도 “측부순환이 되는 환자들은 24시간 동안 혈관이 막혀 있어도 버티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빠르게 내원했어도 이미 뇌경색이 많이 진행돼 시술이 불가능해진다. 참고로 측부순환은 혈관 한 쪽이 막혔을 때 이전에 역할을 안 하던 다른 혈관들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뇌졸중임을 알지 못하고 늦게 내원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뇌졸중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는데 초기 증상에 대해서는 인식이 낮다. 그래서 뇌졸중 초기 증상을 잘 몰라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늦게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 우리나라는 뇌졸중이 ‘중풍’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서 한의원을 가서나 대체의학에 의존하는 분들도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를 받으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경색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자기 한 쪽 팔이나 다리 혹은 얼굴에 마비가 오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먹먹하거나 저리는 등 감각 이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양쪽으로 발생하지 않고 한쪽에 치우쳐 발생한다. 두 번째로 흔한 증상은 언어 장애이다. 말을 갑자기 어눌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듣는 증상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시야 장애로, 한쪽 눈이 뿌옇게 보이거나 안 보이는 등의 증상이다. 이외에 균형을 잘 못 잡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증상이 심하지 않고 애매하게 발생하면 환자분들이 잘 모르신다. 특히 연세가 많으신 노년층은 원래도 말을 어눌하게 하시고 하셔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 두 분이 사시는 가정은 그런 일이 많다”라면서 “그래서 우리 병원은 물론 관련 학회에서도 초기증상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FAST’ 캠페인 등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F는 얼굴(Face)을 뜻하며 안면마비를 살피라는 뜻이다. A는 팔(Arms)로 양팔을 들었을 때 한쪽 팔에 힘이 빠지고 처지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다. S는 언어능력(Speech)으로 같은 단어나 문장을 반복했을 때 말이 어눌하게 나오거나 잘 나오지 않는지를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T는 시간(Time)이다. 이러한 초기 증상이 감지되면 즉시 119를 불러 병원을 가야 한다. 김 교수는 “자차 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119를 부르는 것이 좋다. 119는 뇌졸중 전문 치료센터가 있는 병원과 직접 연계돼 있고, 뇌졸중이 의심되면 응급구조사가 병원이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연락을 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다행히 우리 병원은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신경 중재 치료 전담팀이 운영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서 시술까지 걸리는 시간은 60분 이내로 맞추려고 하고, 시술을 시작해 혈관 재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맞추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뇌졸중은 치료가 잘 됐다고 해도 환자의 절반가량만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고, 나머지 절반은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쌀쌀한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혈관 수축으로 인한 뇌경색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혈관이 막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부정맥으로 인해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동맥경화증이 경우”라며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하면 좁아진 혈관을 미리 알 수 있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를 치료하면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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