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의 ‘친시장 행보’를 바라보며 [기자수첩]

금융감독원장의 ‘친시장 행보’를 바라보며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1-11-13 06:10:01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2일부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주부터 정은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 은행장, 지방은행장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정 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예고된 사항이다. 정 원장은 지난 8월6일 취임식을 진행하며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민간에 대해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사후 교정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취임사를 남긴 바 있다.

취임사에서 공언한 것처럼 정 원장은 금융감독원의 본연의 기능인 ‘감독’ 기능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 금융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위험의 선제적 파악 ▲사전예방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 상시감시 기능 강화와 리스크 중심 검사로 선회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금감원은 이번 달 중 진행될 예정이던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의 종합검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정 원장은 종합검사 폐지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지만, 보류된 종합검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는 없다. 금융사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금융사들에게 종합검사란 인력과 시간 소모가 많이 드는 난감한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금융사들의 자율 감사로 인한 규제완화도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친화적인 행보 속 우려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와 금융사기 피해자는 정 원장의 행보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것.

실제로 2021년 말 금융소비자들에게는 깊은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다. DLF사태를 비롯해 옵티머스, 라임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 피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사태 당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강도 높은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윤 원장 재임 당시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과 함께 그간 금융사 대비 약자로 인식되던 금융소비자들의 권리 증진도 함께 이뤄졌다.

윤 전 원장 체계 하 감독시스템이 금융사로 하여금 피로도를 높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사의 피로함의 원인은 그들이 일으켰던 금융사고들에서 기원한다. 사모펀드로 인해 투자금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은 지금도 추운 거리를 나와 피해사실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메시지를 보낸 현 시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시장친화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추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지 여부 아니겠는가. 

2022년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정 원장 지휘체계 구축이 끝난 지금 금감원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이번 변화가 흐지부지 되지 않고 확실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길 기원한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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