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점심시간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기자가 커피를 주문했지만 QR체크만 진행해도 내부 취식이 가능했다. 따로 방역패스 확인은 요구받지 않았다. 여전히 수기 명부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종업원에게 방역패스 확인 여부를 물으니, 난처한 듯 다시 “접종 증명을 보여달라”고 되물었다. 기자의 뒤에는 10명가량의 손님들이 늘어서 있었다.
식당과 카페에도 방역패스가 본격 확대 적용 된지 이틀째인 14일. 지난주 일주일간의 계도기간이 지났음에도 방역패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전날 발생했던 접종증명 애플리케이션(앱)의 먹통현상도 여전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서 이날 오전 방역당국은 방역패스 인증 시스템 오류에 대해 “전날 야간에 서버 긴급증설 작업과 서비스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며 “원활한 발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다시 방역패스 인증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이날 점심쯤에도 오류가 나서 손님 두 분이 그냥 나가시더라”면서 “전날에도 한바탕 난리가 있었는데, 오늘도 되풀이될까 마음을 졸였다”라고 했다. 그는 “확진자를 줄이겠다는 정부 입장도 이해도 가지만, ‘벌금 물리겠다’ 잔뜩 겁만 줘 놓고, 정작 준비도 제대로 안한 걸 보면 화가 나지 않느냐”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행 이틀째임에도 ‘수기명부’와 ‘안심콜’을 방역패스로 착각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바뀐 방역 정책에 따르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수기명부와 안심콜은 앞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일반적으로 업장은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앱 등으로 손님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별도의 QR 체크인용 단말기가 필요하다.
사직로 인근 한 카페의 한 종업원은 방역패스 확인 여부 물음에 “QR과 수기명부를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라고 안내했다. 기자의 설명에 그는 “수기명부가 없다면 고령의 손님들은 앞으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 카페에 입장하는 중년‧노년의 손님들은 이전과 같이 QR체크만 진행하고 자리에 앉았다.
방역패스에 대한 현실적인 불만도 쏟아졌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삼겹살집을 열고 있는 B씨는 “종업원도 몇 없는 상황에 손님들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하면 (백신 접종 여부를) 100%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과태료 150만원을 식당이 아니라 손님에게 물린다면 찍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체크하고 들어 올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B씨는 “어떤 손님이 악감정을 품고 식당을 고발하면 꼼짝없이 범법자가 될 것 아닌가”라며 “방역패스는 책상에서 펜대만 굴린 사람들이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지, 이대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접종 증명 QR’ 대신 ‘백신 접종 카드’ 등 다른 인증 수단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B씨는 “QR같은 것은 젊은 사람들이나 쓸 수 있지, 연로한 손님들은 전혀 다루지 못한다”라며 “백신을 접종하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카드 같은 증명서를 같이 준다면, 나이 든 분들도 편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안심콜에 백신 접종 여부를 연동시키는 방안도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안심콜에 방역패스를 연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 중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전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서 “접종 관련 내용 확인이 어려워, 안심콜로 접종력을 연동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중대본에 건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관련해 일부 업체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도 거세지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난감해하는 눈치다. 질병관리청은 QR 인증 오류와 관련해 “대량인증절차 효율화 등 긴급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면서도 “접속 오류가 계속될 경우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