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손실보상 지금즉시 실시하라”
6일 오후 9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앞. 영업제한 시간을 넘겼음에도 가게는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앞에선 자영업자들이 ‘2년 동안 우리는 약속을 지켰고, 정부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 참석자는 무릎을 꿇고 정부에 영업제한을 철폐하라며 “제발 장사하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이날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가게와 간판 불을 켜놓는 '점등 시위'에 돌입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도입하고, 영업제한을 다시 시작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가게 앞에는 카페, 호프집, 당구장 등 각 자영업 단체 대표와 일반 점주들이 릴레이 연설을 펼치며 정부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공익을 위해 2년간 희생해 왔다. 이 희생으로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일하게 해달라. 이젠 먹고 살아야겠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허희영 대한카페연합회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나는 죄인이다. 2년 동안 빚에서 빚을 막고, 빚에서 빚을 막았다. 더는 살수가 없다”며 “자영업자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정부가 저를 죽인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그동안 찌르고 찌르다가 이젠 총질하는 것이다. 제발 부탁드린다. 살려 달라. 열심히 살고싶다”라고 애원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회장은 “각종 공과금, 임대료, 인건비 이 모든 것을 지난 2년간 감당해왔다”며 “시합의 전반전은 열심히 뛸 수 있지만 지금은 후반전이다. 체력이 떨어졌고, 이제 건드리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게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허탈해했다.
이어 “앞으로 자영업자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영업제한을 풀어주는 것 밖에 없다”며 “자영업자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 점주들도 연설에 나서 정부의 방역조치에 비판을 이어갔다. 최근 일식집을 폐업했다는 최복수씨는 “2년간의 방역 정책 때문에 어릴 때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을 걸었으면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참치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함희근씨는 “4인 이상 못 받게 했으면 시간이라도 늘려줘야 한다. 9시로 막아 놓고 누가 와서 먹겠는가”라며 “전날 100평짜리 가게에서 손님을 3명 받았다. 이걸 누가 보상해주는가 장사하게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500만원 손실보상 선지급 조치에 대해서도 “굶어서 쓰러진 사람에게 500원 줄게 ‘빵사먹어’라고 하는 거다. 왜 자영업자들이 이 추운날 길거리 나와 팻말을 들고 있는지 대한민국이 개탄스럽다”라고 망연자실 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방역패스 철회 △백신접종 완료자 대상 영업시간 제한 철폐 △소상공인 지원금 확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반대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대위는 이날 점등시위와 더불어 오는 10일 오후 여의도에서 영업제한 등 정부의 방역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 계획이다. 다른 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역시 12일 오후 2시 국회 앞 국민은행 근처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