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엄마, 흔들어야 해. 흔들면 나와”
10일 오후 1시 반 이마트 은평점 입구. 딸과 장을 보러 나온 조희숙(76‧여)씨는 핸드폰을 연신 흔들고 있었다. 카카오톡 메신저의 출입 QR을 발급 받기 위해서다. 이윽고 체크인 창이 열리자 “됐다 됐어”라며 입구를 통과했다. 조씨는 “3차까지 백신을 다 맞았는데,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줄 몰랐다”며 “딸과 입구에서 20분간 진땀을 뺐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앱 설치부터 본인 인증까지, 딸의 도움을 받고 겨우 마쳤다”며 “가족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혼자 사는 노인들은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그의 딸인 50대 주부 이모씨 역시 “우리도 하기 힘든데, 노인들은 오죽 하겠나”라며 “마트 같은 곳까지 (방역패스를) 할 필요 있는가”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첫날. 매장 입구에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혼선이 이어졌다. 비교적 인파가 적은 평일 시간대였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었다. 다만 사람들이 방역패스 확인을 위해 입구에 몰리면서 이따금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사람에 한해 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조치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48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나, 예외 확인서 등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역패스 확인에는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한다. 주민등록증 뒤 접종 스티커나, 접종증명서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별도의 안심콜이나 출입 QR을 거쳐야한다.
기존의 안심콜만으로는 대형마트 입장이 불가능하다. QR코드 사용이 여전히 어렵다는 김모씨(67‧여)는 “젊은이들은 (QR을) 곧잘 쓰겠지만, 노인들은 안심콜 같은 방법이 편하다”면서 “스마트폰으로는 전화 말고 다른 기능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주민등록증에 스티커를 붙여서 다녀야 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접종증명서를 들고온 최기복씨(68‧남)는 수기명부를 통해서 겨우 매장에 입장했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백신을 맞아도 핸드폰이 없다면 입장조차 못 하는 건가”라며 “(백신접종 증명서를) 보여줘도 식당 등에선 QR을 요구하는 하는 곳이 태반인데, 고령층을 배려해 증명서를 통한 입장도 수월해지도록 정부가 나서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마트는 입구의 QR체크 기기를 늘리고 안내 직원도 배치했지만, 고객들이 몰려오면서 이따금 정체가 나타났다. 이마트 직원은 “QR체크 기기를 4대에서 6대까지 늘리는 등 조치를 했지만, 출입구가 줄어 사람들이 몰렸던 것 같다”라며 “예상만큼의 혼란은 없지만 고령의 소비자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계도기간임을 알려드리고, QR이나 증명서를 준비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면서도 “(계도기간이 끝나는) 17일부터는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하는데, 주말 같이 손님들이 몰려오는 시간대에는 아마도 안내 인력이 더 늘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대형마트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작용 등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학원과 독서실 등 일부 시설에서는 법원의 판단으로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됐다.
은평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고령의 어머니가 질환으로 백신을 1차도 맞지 않았는데, 이젠 마트에 와서 장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접종자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방역패스 효과에 의문을 품는 비판도 있었다. 강태원씨는(58‧남) “대형마트 안의 식당에서도 이미 방역패스를 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는 것까지 제한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어물쩡 들어오는 사람도 많아 믿기 힘들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6일까지 계도기간을 유지한다. 17일 부터는 미접종자, 기간 만료자가 시설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와 시설 운영자는 1회 위반에 각 10만원, 150만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