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기타현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8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할 것”이라며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올해 신청해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록 실현을 위한 더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선정했지만,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추천을 미뤄왔다. 한국의 반대로 등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내부에서 ‘신중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강경 보수파의 강행 목소리와, 한국이 내년에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국에 도전하는 점 등을 고려해 막판 결정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천서를 추천시한인 다음날 1일까지 유네스코에 보낼 전망이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회의회(ICOMOS·이코모스)는 현지 조사를 포함한 약 1년 반 동안의 심사를 거쳐 내년 6~7월에 사도 광산의 등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도광산은 에도 시대인 16~19세기 전통 수공예 금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후 태평양전쟁 기간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광산으로 활용되며 조선인도 이 광산에 동원돼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의 수는 자료에 따라 1200~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조선인 징용 현장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가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조선인 징용 희생자를 기리는 시설을 설치했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현장이라는 점, 일본이 군함도 등재 당시 외교합의를 지키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일본의 문화유산 추진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시 한국인 강제 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했다”며 “이런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일본의 위원회 결정 불이행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바 있음을 상기한다”며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